‘조국 사태’로 재확인된 ‘3년 차 증후군’
임기 전반기 국정 운영 미흡 반추하며
같은 실수 반복 않도록 후반기 대비를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뉴스통신사들의 교류 협력체인 아태뉴스통신사기구(OANA)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어느 정권이나 대통령 임기의 절반이 지나는 집권 3년 차에 늘 위기를 맞았다. 가깝게는 ‘십상시 파동’ ‘정윤회 문건’ 의혹이 박근혜 정권을, 멀게는 대구지하철 사고와 삼풍백화점 붕괴가 김영삼 정권을 뒤흔들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3년 차 증후군’ 원인을 이렇게 진단한다. “청와대에 권력이 집중될수록 권력 구성원들은 민심과 동떨어진 자기중심적 판단에 익숙해진다. 권력에 익숙해지면 실수가 잦아진다. 3년 차 증후군의 대표적 현상이 지지율 하락인데, 이는 정권의 실력이 드러나면서 정책에 대한 국민의 객관적 평가가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떨까. 권력형 비리 의혹이 불거지지 않은 건 다행한 일이다. 과거 정권 사례가 반면교사로 작용했을 법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과신한 나머지 ‘자기중심적’ 사고에 빠져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전 국민을 갈라놓은 ‘조국 사태’가 대표적이다. 시대적 과제인 검찰개혁에 공감한다 해도 ‘왜 반드시 조국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해 내상을 입었다.

후유증은 단순 지지율 하락에 머물지 않는다. ‘조국 사태’는 중도층에 ‘문재인 정부도 과거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 주었다. 조국의 위선적 삶과 이중적 태도를 범진보 진영의 민낯과 등치시키려는 경향도 확산시켰다. 그것이 불합리하고 비이성적인,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이라 해도 집권 3년 차라면 그 흐름을 놓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현실을 현실대로, 잘못을 잘못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태도에서 민심은 정권의 오만을 떠올렸다.

경제가 활력을 회복해 민생 경기라도 살아나면 그 능력 덕분에라도 정권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달라지거나 더는 악화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성장률은 2% 달성도 어렵고, 일자리는 개선은커녕 질적(質的)으로 더 악화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 확충과 기업 활동 뒷받침을 위한 규제 완화는 지지부진하고 혁신성장의 성과는 흔적도 안 보인다. ‘먹고사니즘’이 급한 민초들의 고단함을 덜어주지 못하니 ‘무능하다’는 평가가 빈번해진다.

대통령은 ‘공정’과 검찰개혁을 다시 꺼냈다. 하지만 조국 사태로 드러난 입시 불공정과 특목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갑자기 정시 확대와 특목고 등의 일반고화를 결정해 교육 주체들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다. 그게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면 좋겠지만 그 반대인 게 문제다. 정시 확대는 되레 ‘금수저’에 유리하고, 10여년의 학교교육 정상화 노력을 수포로 만들며, 특목고 등의 긍정적 기능은 어떻게 할건지 비난이 거세다. 정권의 교육 철학 부재와 무관심, 무능이 낳은 결과다.

검찰개혁을 강력 추진한다면서 법무부 장관 자리를 한 달 가까이 공석으로 두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로 인해 조국 사퇴 전 제시된 검찰 개혁안이 검찰 반발에 밀려 수정되거나 시행이 보류되는 등 후퇴하는 양상이다. 법무ᆞ검찰개혁위원회가 권고한 검찰국의 완전한 탈검찰화, 사건 배당 절차 투명화, 검찰 정보수집 기능 폐지 등은 법무부가 검찰을 의식한 나머지 추진 가능성이 희미해지고 있다. 이런 모습 보려고 조국 임명을 강행했나 싶을 정도다.

대통령 앞에는 임기 절반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이 온전히 현 정권의 시간이 될지는 대통령과 여당에 달렸다. 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위기가 오고, 위기가 쌓이면 집권당에서 먼저 ‘현재 권력’과의 결별 돌직구가 날아오는 것이 정치 생리다. 더구나 정권 운명을 가를 총선이 5개월 앞이다. 공정의 가치를 곳곳에 뿌리내리게 하고,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도 늘리며, 검찰ᆞ입시 개혁도 빨리 이루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만기친람(萬機親覽)으로 기존 정책을 뒤집어 가며 앞장서 속도를 올리면 또다른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낙연 총리 말대로 “더 낮게 국민 말을 듣고, 더 가까이 국민 삶을 살피면서, 더 멀리 미래를 바라보며” 차분히 임기 절반의 시간에 대비하기 바란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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