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한전 사장 등 검찰에 고소
도축장의 전기요금 할인 축소를 둘러싼 농협과 한국전력의 갈등이 결국 형사사건으로까지 번졌다. 한전이 도축장 내 축산물 가공시설은 전기요금 할인 대상이 아니라며 3년치 할인금액을 반환하라고 요구하자, 농협은 한전을 검찰에 고소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농협경제지주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불공정거래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로 김종갑 한전 사장 등 관계자 3명과 한전 법인을 광주지검에 고소했다. 농협 관계자는 “2014년 한ㆍ호주, 한ㆍ캐나다 사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당시 여야정 협의체가 축산농가 피해대책 중 하나로 전기요금을 인하하기로 한 것인데 한전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겼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공정거래위원회 광주사무소에도 한전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시정해달라며 신고서를 제출했다.
한전이 전기요금 할인 특례를 거두어들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본보 7월 22일자)부터다. 한전은 한ㆍ호주, 한ㆍ캐나다 FTA 체결 이후 2015년 1월부터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음성ㆍ부천ㆍ나주ㆍ고령 공판장 4곳의 도축장 전기요금을 20% 할인해 줬다. 그러다 돌연 지난해 11월 “부분육(동물 몸체를 분할해 뼈와 지방 등을 제거한 것) 공정은 전기요금 할인 대상이 아니다”며 부천ㆍ나주ㆍ고령공판장에 3년치 전기요금 할인액 총 10억여원을 반환할 것을 청구했다. 음성공판장은 도축 시설과 부분육 공정 시설의 전기를 분리하라고 통보했다.
통상 소ㆍ돼지 도축장에는 탈모ㆍ박피→머리ㆍ내장 제거 후 이등분→등급 판정이 이뤄지는 ‘도축시설’이 있고, 또 냉장 보관→등심ㆍ안심 등 부위별 분할을 하는 ‘가공시설’이 있는데, 가공시설은 여야정 협의에 따른 할인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자 농협은 한전이 전기 공급이라는 독점적 위치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닭을 도축하는 도계장의 경우 한 시설 내에서 도축과 가공이 한꺼번에 이뤄져 소ㆍ돼지와 달리 할인을 계속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격차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국내에도 퍼져 축산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한데다, 돼지고기는 닭고기와 대체 관계에 있어 전기요금이 인상될 경우 가격이 상승해 소비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걱정한다.
한전은 이미 9월 농협 측에 전기요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한전 관계자는 “도계장은 도축장처럼 논란이 되는 가공시설이 없어서 할인 특례를 축소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며 “도축장과 관련해서는 농협 측과 의견이 안 맞아 소송을 통해 법적 결론을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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