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 박종훈이 지난달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상무와의 연습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야구의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마운드엔 잠수함 투수 정대현(41ㆍ은퇴)이 있었다. 정대현은 2008 베이징올림픽 쿠바와 결승에서 3-2로 앞선 9회말 1사 만루 위기를 병살타로 넘기며 9전 전승 금메달을 완성시켰다.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등 주요 국제대회에서 생소한 투구 폼으로 중남미 팀에 유독 강했던 정대현을 보고 국가대표 꿈을 키운 정통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28ㆍSK)은 이제 우상의 길을 뒤따르려고 한다.

정대현의 군산중앙초-군산중-군산상고-SK 와이번스 후배이기도 한 그는 KBO리그 투수 가운데 가장 낮은 지점에서 변화무쌍한 공을 뿌린다.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프로 선수들이 출전하는 국제대회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고, 올해 프리미어12 대회에 ‘김경문호’의 유일한 잠수함 투수로 합류했다.

박종훈은 이번 대회에서 정대현처럼 중남미 팀을 상대로 표적 등판한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쿠바 등 중남미 타자들은 낯선 유형의 언더핸드를 만나면 자주 고전한다. 실제 박종훈은 대회 개막 전 푸에르토리코와 평가전에서 3이닝 무실점 호투로 합격점을 받았다.

8일 쿠바와 예선 3차전 출격을 준비하면서 6일 쿠바-캐나다전을 지켜본 박종훈은 “쿠바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 내 투구 궤적과 잘 맞지 않을 것 같다”며 “궤적이 뒤에서 크게 나오니까 나한테 유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박종훈이 경계할 타자는 올해 일본프로야구 우승팀 소프트뱅크 출신의 두 거포 유리스벨 그라시알과 알프레도 데스파이그네다. 그라시알은 일본시리즈에서 16타수 6안타 3홈런 6타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데스파이그네는 이번 시즌 36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둘의 타격 감은 썩 좋지 않다. 6일 캐나다와 1차전에서 나란히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7일 호주와 2차전에서도 그라시알은 4타수 무안타로 부진하다가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승부치기 1사 만루에서 1패 뒤 팀에 첫 승을 안기는 끝내기 희생 플라이를 쳐 체면치레를 했다. 데스파이그네 역시 단타 1개만 쳤을 뿐,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그렇다고 절대 방심할 수는 없다. 이들은 언제든지 한 방을 쳐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한국전을 이겨야 슈퍼라운드 진출이 가능한 쿠바는 선발 투수로 21세 영건 우완 요시마르 코우신을 예고했다. 미겔 보로토 쿠바 감독은 “한국은 가장 강한 팀”이라며 “상황에 맞춰 불펜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쿠바에 맞서는 박종훈은 “긴장은 안 된다. 빨리 던지고 싶다”면서 “정대현 선배가 은퇴한 뒤에도 대한민국에 이런 잠수함 투수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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