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오송금 절반은 3040세대… 피해구제법은 국회서 ‘하세월’
연령대별 착오송금 현황_신동준 기자

계좌번호 등을 잘못 입력해 돈을 엉뚱한 사람에게 보내는 ‘착오송금’이 발생했을 때 가장 되찾기 힘든 금액은 40만~100만원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으로 비대면 거래를 많이 하는 20~40대에서 착오송금이 빈발하는 가운데, 피해 구제를 위한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7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지난해 5대 시중은행(신한ㆍ국민ㆍ하나ㆍ우리ㆍ농협)의 착오송금 거래 7만1,955건(1,609억3,700만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착오송금 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비율(미반환율)이 가장 높은 금액대는 40만원 이상~50만원 미만으로 63%에 달했다. 두 번째로 높은 금액대는 50만원 이상~100만원 미만(60.6%)이었다.

착오송금액이 이보다 적거나 크면 미반환율이 내려가는 경향도 나타났다. 실제 5만원 미만의 미반환율은 51.4%, 1,000만원 초과는 51.9%로 40만~100만원의 미반환율보다 10%포인트가량 낮았다. 예보 관계자는 “잘못 들어온 돈이 소액인 경우는 물론이고 거액일 때도 비교적 송금자에게 잘 돌려줬는데, 이는 큰 금액을 빼돌리면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보인다”며 “애매한 수준의 금액이면 반환 여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노년층이 착오송금이 잦을 거란 편견과 달리 실수가 잦은 이들은 20~40대였다. 연령대별 착오송금 건수 비중은 30대(26.50%), 40대(23.64%), 20대(21.35%) 순으로 높았다. 30, 40대가 전체 착오송금의 절반을, 20대까지 합치면 70%를 차지하는 셈인데, 이들 연령대가 착오송금의 주요 경로인 실시간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장년 및 노년층에 해당하는 50대(17.81%)와 60대 이상(9.53%)의 착오송금 비율은 후배 세대보다 낮았지만, 잘못 보낸 돈의 평균 액수는 이들 세대(50대 259만원, 60대 이상 243만원)가 가장 컸다.

착오송금 피해는 꾸준히 늘고 있다. 착오송금은 2016년 8만2,923건에서 지난해 10만6,262건(2,392억원)으로 늘어났고, 보낸 돈을 돌려받지 못한 미반환 피해 역시 같은 기간 4만7,535건(990억원)에서 5만8,105건(1,2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미반환율은 소폭 하락(57.3→54.7%)했지만, 비대면 금융거래 활성화에 따라 송금 실수가 잦아지다보니 절대적 피해 규모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보는 올해 착오송금이 12만1,482건(2,409억원)으로 늘고 피해액 또한 6만5,732건(1,155억원) 수준이 될 걸로 추정하고 있다.

착오송금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국회는 지난해 12월 피해구제법(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예보가 기금을 만들어 착오송금 피해자에게 잘못 보낸 돈의 일정 비율을 주고 채권을 인수한 뒤 수취인에게 대신 돌려받는 것이 법안의 골자다. 수취인과 연락이 안되거나 송금액 반환을 거부 당할 경우 소송 외엔 구제 방법이 없는 피해자들을 배려하려는 조치다.

국회에 계류된 금융관련 법안 중 가장 민생과 밀접한 축에 속하지만, 착오송금 구제법안은 우선처리 순위에서 밀려 여태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기금 재원에 ‘정부 출연금’이 포함된 점을 들어 “개인의 실수를 왜 국가가 세금을 들여 도와야 하느냐”는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예보는 국회와 논의해 법안 해당 조항에서 ‘정부 출연금’을 삭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착오송금 구제가 이뤄지면 고객 보호가 강화되고 민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선 수혜자인 금융사들이 기금을 출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예보는 초기 재원으로 400억~7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보는 금융권 출연이 없더라도 외부 자금을 차입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제도 운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경우엔 착오송금 피해자들이 소액의 이자를 부담하게 될 전망이다.

예보 관계자는 “법이 통과되면 세계 최초로 착오송금 구제 방안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꼭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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