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HP가 기업용 프린터의 전략 기지로 선택한 곳입니다. HP 전체의 기업용 프린터 연구 개발과 전세계 판매를 위한 전략 수립을 모두 한국에서 합니다.”

프린터와 컴퓨터(PC)로 유명한 HP가 지난 5일 한국을 기업용 프린터의 글로벌 전략 허브로 결정하고 경기 성남 고등지구에 연구개발(R&D) 센터를 2022년까지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용 프린터는 기업에서 사용하는 A3 용지 크기 이상의 인쇄물을 출력하는 장치다. 여기 맞춰 국내에서 기업용 프린터 사업을 총괄하는 HP프린팅코리아(HPPK)도 경기 판교의 알파돔타워로 본사를 옮기고 김광석(사진) 전 개발팀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새로 HPPK를 맡게 된 김광석 대표는 "한국이 HP의 기업용 프린터 전략 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PPK 제공

김 대표는 서울대 제어계측학과를 나와 1985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지금까지 30여년간 프린터 개발을 전담한 프린터 전문가다. 그는 2017년 HP가 삼성전자의 프린팅 사업부를 인수할 때 HP로 옮겼다. 김 대표를 경기 판교의 HPPK 본사에서 만나 HP의 결정 배경과 향후 전략을 들어 봤다.

김 대표는 “HPPK가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R&D 센터 중 최대인 1,300여명의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만큼 HP는 기업용 프린터를 미래 성장 분야로 보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가 투자한 프린터 기술과 인력이 우수해 이를 그대로 승계한 HPPK가 HP 기업용 프린터의 전략 허브가 됐다”고 설명했다. HP는 연간 PC(30조원)와 프린터(20조원)에서 50조원의 매출을 올린다.

HP의 기술력은 복사기 원조인 제록스도 탐을 낸다. 외신들은 지난 6일 제록스가 HP를 인수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HPPK도 지난 6월 제록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김 대표는 “제록스가 일본 회사들로부터 공급받던 부품의 절반 이상을 HPPK에서 공급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HPPK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수 인력 확보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신규 사업 창출을 위한 인재들이 한국에 많고 인도나 싱가포르보다 기술력도 우수하다”며 “특히 판교는 한국의 우수한 신생(스타트업) 기업들과 협업하기 좋은 곳”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미국 HP가 2022년까지 7,000~9,000명을 감원하겠다고 최근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한국에서는 퇴사 등 자연 감소 외에 강제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며 “삼성전자에서 승계한 인력들은 5년 고용 보장을 받았고 이후에도 고용 관계가 특별히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수요가 줄어들지만 가정용 프린터 생산도 계속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인도 중국 등은 가정용 프린터를 기업에서 많이 사용한다”며 “충전재만 공급하면 토너를 바꾸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무한 사용 레이저 프린터를 HPPK에서 개발해 인도 중국 등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우려하는 것은 보복관세 공방으로 이어지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다. 그는 “프린터 생산 공장이 중국에 있어서 미중 무역 갈등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내부적으로 우회 생산 등의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교=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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