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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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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유감

입력
2019.11.11 04:4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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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임스 드하트 미국 방위비협상대표가 지난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방위비 분담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국측은 2019년도 분담액 1조원을 협상의 기초로 하고 있고, 미국측은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모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여름 플로리다 군중 집회에서 전체 주한미군 유지비 50억달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첫 해인 2017년 어느 내부 회의에서는 600억달러를 언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지금 미국 행정부의 동맹 관리 방식은 과거 행정부와 확연하게 다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이익보다 단기적인 손익 계산에 민감하다. 무역 적자, 투자 유치, 무기 구매, 방위비 분담 등 대차대조표상의 숫자에 집착한다. 달러 총액으로 표시되는 방위비 분담금은 대표적인 사례다.

10년 전 한국 정부 대표로 분담금 협상을 직접 담당했던 사람으로서, 두 가지를 짚어보고 싶다. 첫째, 동맹의 명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한국 같은 나라들이 안보를 미국에 맡겨 놓고 미국의 희생 위에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세계 평화에 대한 미국의 기여를 높이 평가하지만, 미국의 동맹 체제가 미국의 이익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은 70년 전에도 이미 인정된 사실이다. 1952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국제 문제에 대한 시각은 단 하나,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 뿐”이며, “대외 정책의 요체는 긴요한 자원과 시장 확보에 있다”고 했다. 미국의 동맹 체제는 미국 국익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해왔고, 동맹국들은 미국의 리더십을 존중해 왔다. 이러한 상호성은 동맹의 기초로서 미국 패권 체제의 일부를 구성해 왔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둘째, 분담금 증액에 앞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이 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은 동맹 공약 이행을 위해 해외 미군을 주둔해 왔다. 여기에 필요한 운영 경비는 미국이 부담하고, 접수국은 시설과 구역을 제공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SOFA 제5조가 그것이다. 방위비 분담 특별 협정은 이 원칙에 ‘예외’를 만들어 운영 경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토록 한 것이다. 한국은 1992년 1억5,000만달러를 부담한 후, 점차 액수를 늘려왔다. 미군의 급여는 이들이 해외에 있든 본토에 있든 미국 정부가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다. 급여를 제외하면, 2019년 한국이 부담하는 1조원은 2만8,500명 주한미군 운영 경비의 절반에 이른다. 따라서 특별 협정에 따른 ‘예외적’ 부담은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본다. 더 이상은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위한 ‘예외적 지원’을 넘어서며, 이제부터는 한미 안보 협력에 대한 폭넓은 검토 결과로서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갖추어 추진되어야 한다. 올해 분담금 1조원과 미국이 말한 50억달러의 ‘중간 어딘가에서 적당하게’ 액수를 정할 일이 아니다.

방위비 분담과 관련하여,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자기 몫을 내지 않으면 왜 우리가 보호해 주느냐’고 묻는다. 이 말이 어느 정도 진정성이 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정치 지도자가 “끝없는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고 “우리 군인들을 집으로 데려 오겠다”고 할 때 미국 유권자들이 환호하는 것을 보면, 철수 발언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그렇다고 해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방위비 분담 액수에 연결하여 미국 대외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울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미국의 국익에는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주한미군 재조정은, 남북ㆍ북미 대화 진행을 포함한 한반도 안보 상황을 감안하면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결정할 일이다.

사안의 성격상, 방위비 분담은 받는 미국보다, 주는 한국에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다. 명분과 근거가 분명해야 한다. 지금 같은 ‘팔비틀기’나 ‘주한미군 철수 방지’라는 논리는 동맹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갉아먹을 뿐이다. 방위비 분담 문제를 돈의 많고 적음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ㆍ연세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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