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논의 위한 통합협의기구 구성 제의…“통합시점 빠를수록 좋지만 12월 돼야 할 듯”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자유우파 대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유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들과 함께 (통합의) 구체적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가 취임 이후 보수통합과 관련한 계획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달 중순 “보수재건을 위해 황 대표를 만날 의사가 있다”고 했는데도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황 대표의 제의에 “한국당이 제가 제안한 보수재건의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10월 광화문 광장에서 들은 광장의 민심은,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을 반드시 심판해달라는 것과 범 자유민주세력이 분열하지 말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헌법가치를 받드는 모든 분들과의 정치적 통합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내에 통합논의기구를 설치하고 자유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들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면서 “이 통합협의기구에서 통합 정치세력 가치와 노선, 통합방식과 일정도 협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당 내부에는 통합논의기구, 외부에는 통합협의기구를 설치해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특히 통합 논의 카운터파트인 유승민 의원은 물론 우리공화당과도 직ㆍ간접적으로 논의해왔다며 보수 빅텐트를 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통합을 위해 한국당이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대통합을 위해서 (제가) 자리를 탐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를 낮추는 협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등 원칙적 입장만 내놓았다. 황 대표는 ‘논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새로운 간판을 달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라를 살리기 위한 대통합의 길이 있다면 저희는 폭넓게 뜻을 모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구체적인 건 앞으로 논의과정을 통해 열매를 맺어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해 이번 제안은 사전협의가 없는 일방적인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이 내걸었던 보수 통합 조건(‘탄핵의 강을 건너자’ㆍ‘개혁보수’ㆍ‘새로운 집을 짓자’)에 대해서는 “탄핵에서 자유로운 분들은 없다. 과거를 넘어 미래로 가야 한다. 그 안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언급했다. 황 대표는 당내에서 분출되는 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인적 쇄신도 필요하고 당의 혁신도 필요하다”며 “국민의 뜻에 합당한 인적 쇄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보수통합과 인적 쇄신 의지를 밝힌 것은 총선을 앞두고 혁신은커녕 기득권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당 지도부를 향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조국 사태’ 이후에도 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고 답보 상태가 거듭되자 수도권 의원을 중심으로 “보수통합 없이 한국당 간판으로는 총선에서 안 된다”는 요구가 거셌다.
이날 황 대표의 제안을 놓고 반응은 엇갈렸다. “이제라도 통합 논의를 공개적으로 잘 띄웠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통합에 대한 고민과 충분한 물밑 협상이 없는 가운데 나온 섣부른 제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3선의 김용태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한국당이 기득권을 주장하지 않고 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핵심 아니겠느냐”며 “황 대표가 보수통합의 운을 띄운 건 잘 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의원은 “긴급 간담회까지 열 정도라면 지금까지 말해온 총론이 아니라 각론을 말했어야 했다”며 “통합의 우선순위도 분명히 밝히고 기준과 방향성을 명확히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정치판 구조와 생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내놓은 제안이다. 유승민계와 우리공화당 쪽을 다 취할 수 없는데 선택은 안 하고 둘 다 얻으려다 하나도 못 얻는 결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통합의 중대한 파트너 관계라면 충분한 물밑 논의를 하고 교감을 나눈 상태에서 제안을 해야 하는데 아마 유승민계 입장에서도 황당해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황 대표의 제안이 나온 지 약 3시간 후 입장문을 내고 한국당이 자신의 원칙을 수용할 경우 대화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유 의원은 “저는 이미 보수재건의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고 제안했다”며 “한국당이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별도 접촉이 있었는지에 대해선 “직접 대화는 없었고 몇몇 분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해들은 바는 있었지만 합의된 것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황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이 언급한 보수재건 원칙과 관련해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보수 통합 시점에 대해서는 “가급적 빠를수록 좋지만 12월은 돼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반면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묻어버리면서 하자는 보수통합 논의는 불의한 자들의 야합”이라고 반발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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