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 카메라 보급 늘며 생긴 부작용 
 “얼굴 정면 찍은 사진도 생체 정보 유출로 악용 가능” 
다섯 손가락 중 검지와 중지만 펴서 영문 브이(V)자 모양으로 접는 자세.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찍을 때 손은 어디에 둬야 하나요. 혹시 지금 무의식적으로 다섯 손가락 중 검지와 중지만 펴서 영문 브이(V)자 모양으로 접지는 않으셨나요. ‘한국인 특유의 사진 찍는 자세’로 알려진 브이 자세, 우스갯말로 해외 여행지에서 “브이”하며 사진 찍는 사람들 10명 중 9명은 한국인이라는 말도 있죠. 브이 자세는 영국인의 존경을 받는 윈스턴 처칠 총리의 트레이트 마크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 손가락 모양이 당신의 생체정보 유출을 위협하는 자세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처칠은 이런 걱정을 안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1,000만 화소를 훌쩍 넘기는 고화질 카메라가 흔했던 시절이 아니었으니까요. 카메라 자체가 귀했고, 사진 화질도 지금보다 훨씬 안 좋았기 때문에 손가락을 브이자로 당당하게 펼 수 있었던 셈입니다.

다시 말해 브이자가 위험한 자세가 된 건 고화질 카메라가 보급된 이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4.1%에 이르는데요. 이 스마트폰의 대표적 기능 중 하나는 바로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카메라입니다. 이런 카메라로 브이자를 한 손가락 사진을 찍었을 때, 이를 확대하면 손가락 지문을 딸 수 있다는 논리인 거죠.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6일 “특히 저가형 센서를 탑재한 지문인식 기기일수록 모조 지문으로 보안이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고해상도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유하면 지문을 포함한 생체정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SNS에 무심코 올리는 고해상도 사진을 확대하면 지문 모양을 따낼 수 있는데, 이를 실리콘에 프린트하면 모조 지문으로 충분히 쓰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얼굴이 나온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심코 올렸다간 생체 정보 도용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놀라운 건 지문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얼굴 사진도 안심할 순 없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얼굴 정면이 담긴 사진을 3D프린터로 인쇄해 얼굴 생체정보를 인식하는 기기로 악용할 여지도 있다”며 “얼굴 정면이 다 안 보이더라도 대칭성에 기반해 유추까지 할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체정보를 보안기술에 적용하는 사례가 실생활에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심코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죠. 게다가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은 화면 잠금 및 해제에 적용한 지문 인식 기술에서 오류가 발견돼 보안이 취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죠. 삼성 측은 “실리콘 케이스와 접촉 시 오류가 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하며 이를 해결할 소프트웨어(SW) 패치를 지난달 23일부터 배포했습니다.

앞서 애플도 아이폰에 얼굴인식 기능인 페이스ID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판을 피하지 못했는데요. 주로 “얼굴은 대체하기 어려운 생체정보인데, 기술력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도입해도 되는가”, “자는 사람 얼굴에 갖다 대도 잠금이 해체될 위협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생체정보의 장점은 분명합니다. 탈취하거나 모방하기 어렵고 분실할 위험이 적은 특징 덕분에 차세대 보안 기술의 주역으로 떠올랐죠. 대신 단 한 번이라도 복제, 도용된 생체 정보는 대체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입니다. 생체정보 기술의 발전을 기대하면서도 우려하는 이유겠죠.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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