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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허들을 넘어서]몸 속 효소 기반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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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허들을 넘어서]몸 속 효소 기반으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박차

입력
2019.11.07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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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종근당의 플랫폼 기술

경기 용인시 종근당 효종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새로운 물질을 분리, 정제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경기 용인시 종근당 효종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새로운 물질을 분리, 정제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종근당 제공

지난 7월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은 스위스 생명공학기업 아말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며 암 백신 플랫폼을 확보했다. 같은 달 다국적제약사 애브비는 미국 기업 마부파마를 사들여 항암제 개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플랫폼을 갖고 있는 미국 제약기업 IFM듀는 설립 7개월만인 지난 9월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에 인수됐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사들인 플랫폼은 신약의 개발과 생산 시스템에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고부가가치 기반 기술을 뜻한다. 신약개발 플랫폼을 확보한 기업은 자체 기술로 다양한 질병의 신약 후보물질들을 도출하며 개발 가능한 제품을 확대할 수 있어, 특정 후보물질이 개발 도중 실패하더라도 위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종근당은 세계 시장의 추세에 발맞춰 독자적인 플랫폼을 이용해 혁신적인 신약을 연구하고 있다. 종근당의 신약개발 플랫폼은 ‘히스톤디아세틸라제(HDAC)6’라는 물질을 기반으로 한다. HDAC6는 사람 몸 속에 있는 효소로, 암세포의 사멸, 종양 혈관의 형성과 전이, 면역세포의 분화와 억제, 근육 분화, 심장근육 형성 등 다양한 체내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가령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효소의 활동이 활발해져 세포 기능을 떨어뜨리고, 면역 조절 기능이 저하돼 염증이 생긴다. HDAC6의 활동이 심해질 경우 자가면역질환, 알츠하이머성 치매, 헌팅턴병, 샤르코마리투스병 같은 신경질환이 생길 수 있다.

종근당은 HDAC6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신약 연구에 적용하고 있다.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신약 후보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CKD-506’이다. 이는 HDAC6를 억제해 염증을 줄이고,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세포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물질이다. 유럽 5개국에서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덴마크에서 열린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 학회’를 통해 CKD-506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 효과를 확인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헌팅턴병 치료제 후보물질인 ‘CKD-504’는 현재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인구 10만명당 3~10명에게 발병하는 희귀 질환인 헌팅턴병 환자들은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이상운동 증상이 나타나고 인지능력까지 떨어지지만, 아직 근본적인 치료약이 없다. CKD-504가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환자의 인지기능과 운동능력을 동시에 개선해주는 첫 치료제가 될 것으로 종근당은 기대하고 있다. 종근당은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현지 시장 진출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김성곤 종근당 효종연구소장은 “기존 약이 듣지 않거나 치료제가 없는 병을 앓는 환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종근당의 HDAC6 억제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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