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광양항은 석유화학, 철강 등 광양만권 핵심 산업의 발전과 함께 꾸준히 성장해왔다. 1986년 컨테이너부두 개장으로 복합물류항만의 위상을 갖췄다. 총물동량 3억톤 달성은 국내 해운ㆍ항만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뤄낸 성과다. 산업항만에서 종합항만으로 도약과 세계 10위권 항만으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최근 세계 해운선사와 항만의 여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있다. 글로벌 종합항만으로 성장을 위해서는 컨테이너부두 활성화, 노후 하역장비 교체 등 부두여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여수광양항만공사에 따르면 여수광양항은 지난해 총물동량 3억300만톤을 기록했다. 부산항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3억톤을 넘겼다. 세계 항구 중에서는 11번째다. 환적 물동량을 제외한 수출입 물동량만 놓고 보면 2억2,725만톤으로 부산항을 제치고 국내 1위다. 2011년 여수광양항만공사 출범 이후 8년 연속 수출입 물동량 1위를 유지해왔다. 컨테이너 241만TEU, 자동차 71만대, 석유화학 1억5,800만톤, 제철 8,200만톤 등 다양한 화물을 처리했다. 차민식(61) 사장은 올해 총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3.3% 늘어난 3억1,000만톤,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대비 14만TEU 증가한 255만TEU 달성 목표를 세웠다.
차 사장은 지난 8월 정부가 22년 만에 신항만건설 기본계획 발표에 따라 여수광양항의 지속발전 가능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단기 목표는 부산항의 9분의1 정도에 불과한 컨테이너 물동량을 증대하고 장기적으로는 부두 기능 재배치와 개발이 유보된 광양항 컨테이너부두 건설 재개를 통한 항만 활성화다. 차 사장은 이를 위해 제3투기장 항만재개발, 해양산업클러스터 구축, 제2석유화학부두 건설, 낙포부두 리뉴얼 등 다양한 현안 사업을 제시했다.
3단계 투기장 항만 재개발사업은 2029년까지 여수공항 전면에 위치한 318만㎡ 규모의 매립지에 3,394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복합물류 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곳이 개발되면 미래신소재, 복합첨단시설, 복합물류제조시설 등이 들어서게 되며 1만9,000명의 고용 유발과 940만톤의 신규 물동량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여수국가산업단지의 부족한 용지의 조기 공급을 위해 단계별 조성방안을 수립 중이다.
차 사장은 해양산업클러스터 시설 구축과 연구개발(R&D) 기업 유치 계획도 소개했다. 그는 “해양산업클러스터 부지로 선정된 중마일반부두와 1단계 4번 선석에 대한 시설 구축을 단계별로 완료하겠다”며 “R&D 기업 유치로 일자리 창출은 물론 해운항만물류 R&D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했다. 컨테이너부두 배후단지 활성화를 위한 구상도 밝혔다. 동측배후단지 194만㎡와 서측배후단지 193만㎡의 부지에는 5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입주율 86%를 보이고 있다. 내년 광양항 배후단지 임대율이 100%가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북측배후단지 11만㎡를 조기에 개발할 예정이다.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지적 받아온 체선율 감소 정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광양항 체선율은 4.68%며 특히 여수지역 중흥ㆍ석유화학부두 등 석유화학 제품 처리 부두의 체선율은 20∼40%대에 달한다. 차 사장은 단기적으로 선박 이ㆍ접안 시간 단축 등 운영 효율화 방안을 적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제2석유화학부두 건설과 낙포부두 리뉴얼 등 항만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제2석유화학부두는 실시설계 용역 중으로 2022년까지 301억원을 투입해 1만톤급 2선석을 건설한다. 낙포부두 리뉴얼 사업은 내년까지 기초자료 조사용역을 실시하고 2024년까지 완료한다.
이밖에도 정기항로 확대를 통한 물동량 창출과 배후단지 기업 유치, 해양관광 사업의 기본 틀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차 사장은 여객관련 시설을 재정비해 해양관광산업의 활성화 기반을 마련한다. 여수 크루즈부두, 국제여객부두, 연안여객부두의 터미널을 정비하고 해양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다. 접안시설 확장, 주차장 조성, 전용 터미널 구축 등 다양한 기반시설도 확충한다. 경영 혁신을 위해 공사 구성원 모두 항만 현장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조직 개편을 검토하고 있다.
차 사장은 “1997년 신항만 기본계획 수립 이후 광양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물동량 3억톤 이상의 화물을 처리하는 종합물류 항만으로 성장하는 성과를 냈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발달과 선박 대형화, 친환경 LNG 추진 선박 확산, 항만 미세먼지 저감 등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변화를 반영한 새로운 중장기 항만 정책과 개발 계획의 필요성이 절실했다”며 “정부의 제2차 신항만 기본계획에 따라 2040년까지 총 7조3,000억원을 투자해 유럽 최대의 무역항인 로테르담을 모델로 개발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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