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고 감독 “최민서, 득점 본능 살아있는 전천후 공격수”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이 지난 6월 폴란드에서 쓴 동화 같은 활약이 11월 브라질에서도 재현될 조짐이다. 한국 17세 이하(U-17) 축구 대표팀이 10년 만에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8강에 올랐다. 6월에 이강인(18ㆍ발렌시아)가 있었다면 이번엔 17세 ‘킬러’ 최민서(17ㆍ포항제철고)가 앞장서 새 역사를 이끌고 있다.
김정수 감독이 이끄는 U-17 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브라질 고이아니아의 올림피쿠 경기장에서 열린 앙골라와 2019 FIFA U-17 월드컵 16강전에서 전반 33분 터진 최민서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기고 8강 진출에 성공했다. 1987년과 2009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8강에 진출한 한국 U-17 대표팀은 이제 사상 첫 4강을 노린다.
이날 최민서의 결승골 득점 상황은 압권이었다. 최민서가 상대 진영 왼쪽에서 강한 압박으로 앙골라 수비수의 패스 실수를 유도했고, 오재혁(17ㆍ포항제철고)이 볼을 잡아 정상빈(17ㆍ매탄고)에게 패스했다. 정상빈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시도한 오른발 슛이 앙골라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흘러나오자, 골 지역 왼쪽에 있던 최민서가 오른발 시저스 킥으로 앙골라의 골문을 열었다. 그는 골 상황을 두고 “(정)상빈이가 측면에서 슈팅 할 때 다음 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골키퍼가 쳐낸 공이 떠서, 한번 (시저스 킥을)해보자고 과감하게 시도한 것이 들어갔다”고 했다.
최민서의 골 감각은 같은 연령대 국내 선수가운데 단연 최고 수준이다. 최민서 소속팀인 포항제철고 백기태 감독은 이날 본보와 통화에서 “(최민서의)신장이나 체격이 특별히 좋은 건 아니지만, 골문 앞에서 집중력과 민첩성이 상당히 좋다”고 했다. 어떤 각도에서든 골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백 감독 설명이다. 백 감독은 “슈팅 타이밍을 정말 잘 잡고, 득점 본능이 깨어있는 선수”라며 “상대 선수를 등진 상태에서의 플레이도 탁월한 데다 다른 공격수들보다 많이 뛰는 편이라 상대 선수들이 상당히 괴로워한다”고 했다.
최민서는 경기를 마친 뒤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하다 보면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 역사를 만들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실제 U-17 대표팀의 행보는 6월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의 쾌거를 달성한 U-20 대표팀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정정용호가 ‘죽음의 조’로 손꼽힌 F조에서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상대로 2승 1패를 거두면서 조 2위로 16강에 오른 것처럼, 김정수호도 우승후보 프랑스와 칠레, 북중미 다크호스 아이티와 조별리그 C조에서 경쟁해 2승 1패(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7일 열리는 일본-멕시코전 16강 승자다. 오는 11일 오전 8시 비토리아의 클레베르 안드라지 경기장에서 8강전을 펼치게 될 김정수 감독은 “두 팀 가운데 누가 오든 상관 없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끝까지 도전하고 모험하는 팀”이라며 “누가 올라오던지 잘 준비해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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