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중국 허난성 이촨현 농촌상업은행이 망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자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줄지어 늘어선 채 번호표를 뽑고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봉황망재정 웨이보 캡처

“은행은 망하지 않는다.” 중국인들의 굳건한 믿음이다. 신중국 건국 이후 70년간 도산한 은행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경영 악화로 은행의 철옹성도 점차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 지방의 한 은행이 파산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고객들이 대량 예금 인출에 나서면서 당국이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중국 허난(河南)성 이촨(伊川)현의 농촌상업은행에 지난달 29일 예금주들이 몰려들었다. 발단은 이사장 캉(康ㆍ54)모씨의 말실수였다. 그가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던 중 “은행이 망할 것 같다”는 말이 튀어나왔는데, 이 말을 전해 들은 네티즌 왕(王ㆍ29)모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은행 파산 직전”이라고 올리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 은행은 2009년 설립된 지역 최초의 상업은행으로, 이촨현에서 가장 많은 지점과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 당 위원회 서기를 지낸 캉씨는 은행 지분 10.86%를 보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은행 예금 총액은 2016년 268억2,300만위안, 2017년 311억2,600만위안, 지난해 411억1,700만위안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

하지만 부실 대출 또한 2016년 7,117만위안에서 지난해 10억400만위안으로 2년 사이에 급속히 불어나면서 은행이 지난 10년간 쌓아온 신뢰에 서서히 금이 갔다. 자산(626억4,600만위안) 가운데 부채(576억위안)가 90%를 넘었다.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여기에 중국 중소형 상업은행의 부실 도미노와 구조조정이 고객들의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지난 5월 말 대주주의 불법 대출로 신용위기가 터진 네이멍구(內蒙古) 바오상(包商)은행을 비롯해 진저우(錦州), 헝펑(恒豐) 등 지방은행이 잇따라 주저앉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지속되던 차였다. 1998년 국유화된 하이난(海南)발전은행의 경우, 중국 정부는 인터넷에 퍼진 파산설을 부인하느라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애를 먹고 있다.

중국은 상업은행법 64조에 따라 신용위기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인수ㆍ관리해 예금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또 2015년 제정한 예금보험조례는 1인당 50만위안(약 8,250만원)까지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불안심리가 확산되면서 예금주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은행에서 돈을 빼갔다. 지방 중소은행들은 위험자산 비중이 높고 자금 조달이 불안정해 연쇄 도산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일본의 경우 1991년 시작된 중소 금융기관의 부실로 97년부터 우량은행들마저 막대한 타격을 입은 전례가 있다.

이에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 지방정부가 잇따라 입장을 발표해 “예금 지급과 은행의 유동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거듭 안심을 시킨 후에야 소동이 가라앉았다. 당초 사건을 촉발한 왕씨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5일간의 구류 처분을 받았다. 대주주 캉씨는 이사장 직에서 해임됐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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