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X101' 조작 의혹이 안준영 PD 구속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상황은 종결되지 않았고, Mnet은 더 많은 해결 과제를 안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사기, 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같은 날 경찰이 CJ ENM을 추가 압수수색하고, 앞서 안준영 PD 등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지는 등 그간 의혹이었던 Mnet '프로듀스X101' 조작 논란의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됐다.
이런 가운데 SBS '8뉴스'는 5일 안준영 PD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강남에 위치한 유흥업소에서 수백 만원 대에 달하는 접대를 받은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모든 상황의 시작은 지난 7월 '프로듀스X101' 파이널 생방송 당시 일부 연습생 간 동일한 득표수 차이가 여럿 있고, 7494.442라는 숫자의 배수를 곱하면 최종 득표수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불거진 투표수 및 순위 조작 논란이다. 이와 관련해 7월 Mnet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이후 CJ ENM 사무실과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엑스원 일부 멤버 기획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 지난달엔 MBC 'PD수첩'이 '프로듀스X101' 등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전반의 조작 의혹, 인권 침해 의혹, 유착 의혹 등을 제기해 논란이 이어졌다.
이 모든 논란에도 침묵을 지키던 Mnet 측은 5일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직전에 공식입장을 내고 "앞으로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수사 결과에 따라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 시청자와 팬, 출연자, 기획사 관계자 여러분들께 깊이 사과 드린다"며 처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의 구속이 결정된 이후인 6일 오전, 이 같은 Mnet 측의 입장에 관해 '프로듀스X101' 진상규명위원회 법률대리인인 김태환 변호사는 KBS 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사실은 무책임하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시청자들 앞에서 책임감 있는 자세를 취하는 게 옳지 않나"라는 생각을 전했다.
이날 Mnet 측 관계자는 본지에 "책임질 부분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입장만 다시 반복했다. 과연 Mnet의 책임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먼저 '프로듀스 101' 시리즈 다음 시즌을 비롯한 Mnet 오디션 프로그램에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 4편을 지휘한 안준영 PD의 구속에 다음 시즌은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Mnet은 '십대가수'를 비롯한 다른 오디션 론칭을 예고했다. 이는 시청자들을 위해 더욱 투명하고 철저한 공정성과 함께 준비돼야 한다.
또 하나의 쟁점은 아이즈원, 엑스원의 활동, 아이오아이(I.O.I)의 재결합이다. 아이즈원은 2021년 상반기, 엑스원은 2024년까지의 활동이 예정돼 있고, 아이오아이는 연말 재결합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프로듀스 101' 전 시즌에 대한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데뷔조라는 명분이 불투명해졌고, 많은 국민 프로듀서는 이들의 활동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11월 컴백을 준비하는 아이즈원도 쇼케이스에서 이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아이즈원, 엑스원, 아이오아이가 논란과 별개의 활동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 외에도 가요계가 긴장하고 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일부 기획사 유착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스타쉽, 울림, MBK엔터테인먼트가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스타쉽의 한 임원은 지난 5일 안준영 PD, 김용범 CP 등 제작진 3명과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영장은 기각됐으나 청구 만으로 의문은 커지고 있다.
'프로듀스X101' 첫 기획사별 퍼포먼스 녹화에서 연습생들에게 "빌보드에 가자"고 말했던 안준영 PD는 지금 유치장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엑스원이 빌보드를 꿈꾸려면 Mnet의 책임이 선행돼야 한다. 침묵을 깬 첫 사과에 이어 Mnet이 구체적으로 책임을 질 방안을 마련해야 불필요한 오해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안준영 PD의 구속에도 상황은 끝나지 않았고, '십대가수' 등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엑스원을 비롯한 Mnet 오디션 출신 데뷔조, 유착 의혹을 받아 함께 언급된 연예 기획사들은 모두 Mnet의 책임을 기다리고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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