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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영화관, 붕어싸만코… 해외 취향 저격한 ‘한국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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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영화관, 붕어싸만코… 해외 취향 저격한 ‘한국 스타일’

입력
2019.11.06 04:4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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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영화관’ 럭셔리 서비스 입소문

‘미샤’ 터키서 해외 고급브랜드와 어깨 나란히

인도네시아에서 CGV가 운영 중인 침대 극장 ‘벨벳’을 찾은 현지 이용자들이 영화를 즐기고 있다. CGV 제공
인도네시아에서 CGV가 운영 중인 침대 극장 ‘벨벳’을 찾은 현지 이용자들이 영화를 즐기고 있다. CGV 제공

우리 기업의 상품들이 생각지도 못한 해외 시장에서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독특한 문화공간을 수출하거나 이미지를 확 바꿔 고급화에 성공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했다. 현지 고객의 취향을 저격한 ‘한국 스타일’이 성공 비결이다.

문화공간도 수출…누워보는 ‘침대영화관’ 인기

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에는 공통점이 있다. 누워서 이불을 덮고 영화를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 ‘침대영화관’이 있다는 점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GV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터키에 총 20개 이상의 ‘침대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객석 점유율은 일반 영화관에 비해 많게는 40%포인트까지 높다. 프리미엄 특별관으로 운영돼 가격이 일반관보다 4배 정도 비싸지만 20~30대 젊은 관람객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침대영화관이 가장 많이 운영되는 곳은 인도네시아다. 2007년 ‘벨벳’이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한 침대영화관은 이후 12개 극장에서 15개 관이 운영되고 있다. 벨벳관 가격은 2인 기준 40만 루피아(약 3만3,000원). 일반관의 1인 좌석 가격이 5만 루피아(약 4,000원)이니 4배 이상 비싸다. 한국처럼 베개와 이불이 제공되고 좌석에서 직접 음료수와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터키에는 작년 10월 ‘템퍼시네마’란 이름으로 1개관이 문을 열었다. 티켓 가격은 2인 기준 110리라(약 2만2,000원)다. 문을 연 지 1년도 안됐지만 럭셔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객석 점유율이 일반관보다 40%포인트 높다. 베트남에는 6개의 CGV극장에서 6개의 침대관 ‘라무르’가 운영 중이다. 가격 역시 60만동(2인 기준ㆍ약 3만원)으로 높은 편이지만 인기 폭발이다.

CGV 관계자는 “기존 영화관에서 누릴 수 없었던 고급스럽고 편안한 침대 좌석과 서비스, 전용 라운지로 이용객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며 “터키나 인도네시아 등은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젊은 관객들은 신 문물이나 해외 문화를 경험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터키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통하는 ‘미샤’

화장품 브랜드 ‘미샤’의 터키 내 위상은 대단하다. 국내 굴지의 화장품업체들도 엄두 내지 못한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무려 18개나 보유하고 있다. 특히 주요 도시 중심가에 자리 잡아 해외 고급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난 9월 터키 앙카라에 문을 연 ‘미샤’ 20호점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제공
지난 9월 터키 앙카라에 문을 연 ‘미샤’ 20호점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에이블씨엔씨 제공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에 따르면 터키의 미샤 매장은 앙카라 6개, 이스탄불 6개, 보드룸 1개, 이즈미르 2개, 안탈리아 1개, 부르사 1개, 삼손 1개 등 총 18개다. 수도 앙카라에 1호점을 낸 2014년 첫해 매출이 67만달러(약 7억7,000만원)였는데, 2017년엔 233만달러(약 27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300만달러(약 34억7,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미샤의 성공 비결은 남다른 판매 전략이다. 미샤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사원을 교육하듯 현지에서도 전문적인 판매사원을 육성해 고객과의 접점을 파고 들었다”며 “터키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꼽히는 ‘록시땅’ ‘맥’ 등과 비교되면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취향저격 ‘붕어싸만코’, 중앙아시아 필수품 ‘프리마’

빙그레 ‘붕어싸만코’는 베트남에서 효자 상품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겐 생선 모양의 아이스크림이 문화적 충격이었고, 그들의 호기심이 판매로 연결됐다. 지난해 베트남에서만 2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높은 인기로 ‘짝퉁’ 상품까지 등장했다. 붕어싸만코는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한국과 비슷한 가격인 2만5,000동(약 1,200원)에 판매되는데, ‘짝퉁’ 제품은 1만1,000동(약 550원)의 절반 가격에 팔린다. 빙그레는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 9월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동서식품 ‘프리마’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8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등에선 프리마를 커피와 차 등에 우유 대신 타서 먹고, 빵을 반죽할 때 넣기도 한다. 현지 식문화 깊숙이 파고든 상태다. 2010년 시작한 ‘한국형 컬래버레이션’ 판촉 행사가 주효했다. 동서식품은 전국적인 판촉 행사를 기획해 매주 추첨을 통해 LG와 삼성의 전자제품, 현대자동차 등을 경품으로 내걸어 현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자동차 경품 추첨은 TV로 생중계될 정도였다. 2012년 응모인원은 25만명에 달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국내에서 50여년 동안 쌓은 한국식 유통 문화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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