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쓴소리로 대중 정치인 반열에 오른 금태섭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에 합류하면서 ‘금태섭 역할론’이 주목 받고 있다. 민주당이 조국 사태로 이해찬 당대표 체제 출범 이후 가장 큰 위기를 겪은 만큼, 금 의원을 통해 훼손된 당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동시에 금 의원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며 2030세대와 중도층 민심을 대변했다는 점에서, 이들 지지층을 흡수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무엇보다 민주당 극성 지지층에서 터져나온 ‘금태섭 공천 불가’ 주장을 잠재워 포용과 통합 메시지를 강조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5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총선 전략 짜기에 착수했다. 이날 회의에는 개인 일정으로 불참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소병훈 사무부총장을 제외한 위원 전원이 참석했다.
기획단은 이날 ‘공정’과 ‘청년’ 키워드를 강조했다. 조국 사태로 정부ㆍ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과 2030세대를 겨냥한 메시지다. 이해찬 대표는 “총선기획단 열다섯 분 중 여성이 다섯 분, 청년이 네분이라 여성과 청년 목소리를 잘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획단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번 기획단은 무엇보다 공정과 혁신, 미래 가치를 염두에 두고 활동해 나갈 계획”이라며 “시대 변화에 따라 20~30대 청년과 남녀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분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내에선 금 의원의 합류가 공정 가치에 실망한 청년, 중도층을 달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금 의원이 조 전 장관 비판에 앞장서며 이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금 의원의 비판은 당이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당이란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의 지지그룹 확장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민주당은 조국 정국을 거치며 국민 여론보다 ‘핵심지지층만 바라보고 간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그(금 의원의) 다름을 사버리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번 총선을 대하는 민주당의 결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며 “확장성을 고려하면서도 당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민주당의 한 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운신에 영향을 끼치는 특정 지지층의 반발은 민주당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총선을 앞두고 당 지지층이 분열하는 위기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의 평생 숙원인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반대하는 금태섭을 앞세워 문 대통령 중간평가니 표를 달라고 한다. 국민들이 우습냐”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금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페이스북에 공천기획단 사진을 올리며 당원들을 달랬다. 4일에는 “기획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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