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12월 북미 정상회담 정해’ 2시간 만에 부정해
사고 연발... “사전 점검ㆍ현안 이해 없이 발표해 문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국정원) 국정감사가 열린 지난 4일, 정보위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공식 언론 브리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12월 정상회담을 정해 둔 것으로 (국정원은)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착 상태인 북핵 관련 북미 실무협상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중대한 정보였다. 그러나 김 의원의 브리핑 내용은 약 2시간 뒤 ‘팩트’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바른미래당 소속 이혜훈 정보위원장은 “서훈 국정원장이 절대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 위원장은 “서 원장은 ‘김 위원장이 대미 협상 시한을 연말로 공언했으니, 12월 정상회담을 목표로 하지 않겠냐’고 추측한 것일 뿐”이라며 “서 원장의 보고 내용이 와전됐다”고 수습했다. 김 의원이 ‘사고’를 친 셈이다.
국회 정보위에선 국정원이 민감한 국가 기밀을 보고한다. 때문에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한 뒤 여야 간사를 맡은 의원들이 발표할 내용을 신중하게 조율해 언론에 브리핑하는 것이 관례다. 여야 간사의 판단력에 국익이 달려 있는 셈이다. 20대 국회 하반기 여야 간사는 김민기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다.
그러나 여야 간사들의 크고 작은 실수가 반복되면서 자질 시비가 일고 있다. 지난 9월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이은재 의원은 “비핵화 협상 진행에 따라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브리핑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 가능성을 유력하게 시사하는 빅뉴스였지만, 이 의원의 ‘오버 브리핑’으로 판명됐다. 이혜훈 위원장은 당일 “비핵화 협상 등 ‘진전이 있으면’ 답방할 수도 있다는 게 국정원의 보고였다”고 뒤늦게 수정했다. 국회 정보위원장이 여야 간사들의 실수를 바로잡는 장면 자체가 이례적이다. 올해 3월 정보위 간담회에선 여야 간사단이 북한 미공개 핵시설이 위치한 지역 이름을 잘못 전하는 사고도 있었다.
국정원은 국가 기밀 유출 등 사고를 막기 위해 언론에 공개해도 되는 덜 민감한 내용을 정리한 브리핑 자료를 문서 형태로 여야 간사들에게 제공한다. 그런데도 이번 국회에서 유난히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여야 간사들의 책임이라는 지적이 무성하다. 김민기(재선) 의원은 경기 용인시의원 출신이고, 이은재(재선) 의원은 건국대 행정대학원장 출신이어서 두 사람이 외교ㆍ안보 분야에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것을 문제로 지적하는 시각도 일부 있다. 한 정보위원은 “외교ㆍ안보 관련 정보는 조사 하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는 만큼, 여야 간사들이 현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여야 간사들이 급하게 언론 브리핑을 할 수 밖에 없는 정보위 진행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정보위원은 “정보위 회의가 끝난 뒤 국정원 관계자들과 정보위원장, 여야 간사들이 모여 충분한 논의를 거칠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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