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유민봉, 6일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초선 회동, 충청 의원들은 의원총회 요구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영남권·강남3구 중진 용퇴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찬주 쇼크’가 자유한국당 쇄신론에 불을 지폈다.

한국당은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문재인 정부 반대”를 외치는 게 내년 총선의 유일한 전략인 듯 보였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이 한국당에 다급한 경고음을 울렸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나서야 당 내부에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김태흠 의원이 5일 깃발을 들고 나섰다. 김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남이나 서울 강남 3구 등 기반이 좋은 지역의 3선 이상 의원들과 당의 지도자급 인사들은 용퇴 결단을 내리든지 험지에 출마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그는 황교안 대표를 겨냥해 “당 대표부터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고,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도 했다. 황 대표 취임 뒤 현역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를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더구나 김 의원은 황 대표에게 우호적인 친박계(친박근혜계)로 분류돼 왔다. 다만 김 의원은 자신은 쇄신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는 재선에 지역구가 충남 보령시서천군이다. ‘자기 희생’을 전제하지 않은 용퇴론이 얼마나 힘을 얻을지 미지수다.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내부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신상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장 영입 논란에 대해 “황 대표 체제에서 처음 하는 인재영입이라 상당히 미숙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며 “몇 사람이 당을 좌지우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의원총회나 당원들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 등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든 정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도 지지층만 바라보는 폐쇄적인 모습을 탈피해 달라져야 한다”며 전날 출범한 총선기획단이 친박ㆍ영남 일색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황교안(왼쪽)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총선기획단 임명장 수여식에서 단장인 박맹우 사무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대표 초선인 유민봉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개 선언한다. 지난해 이후 불출마 의사를 밝혀 온 그는 당 쇄신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초선 의원들은 7일 만나 당 쇄신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초선모임 간사인 이양수 의원은 “지역을 막론하고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데는 대부분 의원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안다”며 “각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초선 의원들이 곧바로 통일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태흠 의원이 주장한 쇄신 방안에 대해서도 당내 의견이 분분하다.

당 소속 의원 전원이 모이는 자리도 조만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의원들은 5일 별도회동을 갖고 ‘자유토론을 위한 의총을 소집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고, 4선의 정진석 의원이 이를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전달했다. 의원총회는 이르면 다음 주 초에 열릴 전망이다.

황 대표도 위기를 체감한 듯하다. 황 대표는 이날 박 전 대장 영입 문제와 관련해 “국민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영입 명단에서 빼겠다고 확언한 것은 아니지만, 철회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 당직자는 “황 대표가 박 전 대장을 영입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박 전 대장이 초래한 위기를 황 대표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그런 리더십으로 총선이라는 전쟁을 치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어수선한 당 분위기가 어느 정도 수습될 때까지 다음 영입인사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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