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90%에 가까운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는 국가가 있다. 남미 북동부에 위치한 인구 약 78만명의 작은 나라 가이아나다. 방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된 유전 덕분인데, 가이아나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거란 전망과 함께 ‘자원의 저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4일(현지시간) 미 CNBC에 의하면 IMF는 내달 석유 생산을 시작할 남미 가이아나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86%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4%다. 예측대로라면 가이아나는 내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가 된다. 내년 미국 예상 경제성장률의 40배를 넘는 수준이다.
남미에서 볼리비아 다음으로 가난한 나라로 꼽히는 가이아나에 이렇게 비약적인 경제 성장이 전망되는 이유는 2015년 발견된 대규모 유전 때문이다. 가이아나는 엑손모빌과 석유 개발 계약을 맺고 다음달부터 석유 생산을 시작한다. 나탈리아 데이비스 이달고 중남미 분석가는 CNBC에 “사우디아라비아의 1인당 석유매장량이 1,900배럴인데 비해, 가이아나는 3,900배럴”이라면서 “앞으로 새로운 발견이 계속되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이아나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IMF의 장밋빛 전망을 위협하는 요소다. 가이아나는 내년 3월 선거 전까지는 임시 정부 상태이기 때문에 2020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없다. 프로젝트가 연기되거나 인프라 비용을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시장조사기관 IHS 마킷(IHS Markit)은 이 같은 이유로 가이아나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IMF는 급속한 경제성장이 가이아나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천연자원으로 급성장한 국가가 산업 경쟁력 제고를 등한시해 장기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이른바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에 대한 우려다. IMF는 “병목 현상(생산 능력이 증가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상)을 줄이고 낭비를 피하면서, 네덜란드 병과 관련된 거시경제 왜곡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공공 지출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채텀하우스(왕립 국제문제연구소)의 발레리 마르셀 연구원은 CNBC에 “이 같은 ‘횡재’는 가이아나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라면서 “가이아나가 ‘자원의 저주’에 대처하는 일이 큰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숙련 노동자 부족, 취약한 전기 공급 등이 성장의 주요 장애물”이라면서 “경제를 다각화하고 포용적이고 공정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미령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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