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시시콜콜 Why] ‘한강 몸통시신’ 장대호, 사형 선고 면한 이유는?

입력
2019.11.05 20:30
0 0

‘실질적 사형폐지국’ 분류… 22년간 집행 없고 사형 선고 줄어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지난 8월 21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텔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장대호가 지난 8월 21일 경기 고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피고인은 최소한의 후회나 죄책감도 없이 이미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한계를 벗어나 추후 그 어떤 진심 어린 참회가 있더라도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다. 가석방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무기징역형임을 밝힌다.”

법원이 이른바 ‘한강 몸통시신 사건’의 피의자 장대호(38)에게 5일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에서 장씨에 사형을 구형했고, 장씨 역시 재판에서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지 않고 사형 당해도 괜찮다”고 뻔뻔한 모습을 보였죠. 유족 측도 장씨에게 극형을 내려줄 것을 수 차례 탄원했어요. 그런데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 없는 범죄자에게 극형인 사형 대신 무기징역형이 선고된 이유는 뭘까요.

재판부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 전국진)는 이날 공판을 열고 살인 및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대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을 우리 사회로부터 영구적으로 격리하는 것만이 죄책에 합당한 처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영구적 격리’라 하면 목숨을 빼앗는 사형을 뜻하지만, 사형 대신 무기징역형을 내린 거죠. 동시에 가석방이 허용될 수 없다는 의견도 따로 명시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무기징역형을 택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가 이미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돼 있는 현실도 언급했죠. 법으로는 사형제도를 유지하면서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국가인 ‘실질적 사형폐지국’. 장씨와 같은 범죄자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면할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률적으로 사형을 법정 최고 형으로 명시하고 있는 ‘사형제 존치국가’입니다. 하지만 1997년 12월 마지막 사형이 집행된 이후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2007년부터 ‘실질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유엔은 사형제 폐지를 인류 공통의 아젠다로 규정하고 폐지를 추진 중인데 이런 흐름에 보조를 맞추고 있는 것이죠. 현재 사형제를 유지하는 국가는 57개국,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는 142개국으로, 매년 사형폐지국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법적으로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일본, 한국 3곳뿐입니다.

이런 흐름에 따라 그 동안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 왔습니다. 1988년 시작된 종교계의 ‘사형 폐지 운동’을 시작으로 15대 국회부터는 7차례 사형 폐지 법안이 발의됐죠. 다만 사형제 폐지에 반대하는 여론을 의식해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다 지난달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에 국회에서 8번째 ‘사형제 폐지 특별법’이 발의됐습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를 했고, 여야 의원 76명이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이 만일 20대 국회를 통과한다면 감형이 없는 ‘종신형’이 최고 형이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사형 집행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는 완전한 사형폐지국이 됩니다. 다만 20대 국회 회기 내에 이 법이 처리될 가능성은 낮아 보여서 21대 국회 이후를 기대해야 한다는 전망도 많습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