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표준과 특허를 놓고 각각 삼성전자, 유럽 가전 업체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LG전자가 이번에는 중국 TV 제조사를 상대로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LG전자의 ‘기술 전쟁’ 전선이 국내에서 유럽, 미국과 중국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내외 시장을 가리지 않고 경쟁사와 전방위 싸움을 벌이는 LG전자에 대해 일각에선 ‘지나치다’는 반응이지만, LG전자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불공정 행위나 특허 침해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LG전자는 미국 캘리포니아지방법원에 중국 하이센스를 상대로 TV 관련 특허침해 금지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5일 밝혔다. 하이센스는 글로벌 TV 판매 4위 업체로, 낮은 가격을 앞세워 최근 중국은 물론 미국과 유럽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세계 TV시장 2위인 LG전자가 1위인 삼성전자에 이어 4위인 하이센스와도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이다.
LG전자는 “특허를 침해한 하이센스에 올해 초 경고장을 보내 협상을 하자고 요청했지만, 하이센스가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9월 냉장고 특허 기술을 침해 했다는 이유로 아르첼릭, 베코, 그룬디히 등 유럽 가전업체 3곳을 상대로 독일 뮌헨 지방법원에 특허침해금지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법적 소송은 아니지만 TV 시장 1위인 삼성과의 싸움도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LG전자가 삼성전자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자, 삼성도 “LG의 최근 TV 광고가 근거 없이 삼성 TV를 비방하고 있다”며 공정위에 LG를 맞신고 했다. 이후에도 두 회사는 상대 TV 제품을 비판하는 광고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이런 상호 비방전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이른바 ‘싸움닭’ 행보가 지나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LG전자는 경쟁사와의 싸움은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생규 LG전자 특허센터장(부사장)은 “지적재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LG 특허를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TV와 냉장고 등 생활 가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LG전자의 자신감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사와 전방위 소송전을 벌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경쟁사의 기술 침해나 불공정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시장 1위 자리를 놓쳤다는 내부 반성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변화를 추구하는 40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LG의 이런 움직임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전자뿐 아니라 LG화학 등 여러 계열사에서 경쟁사와의 싸움을 피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이는 앞선 기술력을 보호하고, 이 기술력들을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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