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와 던은 K팝 시스템에서 다소 빗겨나 있다. 이들은 지난해 연인 관계를 인정했다. 그간 아이돌 간 사랑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데이트 장면을 당당히 공개한 아이돌은 거의 드물었다. 후폭풍도 거셌다. 당시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가 현아와 던의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회사와 논의 없이 열애를 인정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였다는 뒷말이 나왔다. 이들은 지난 1월 가수 싸이가 설립한 소속사 피 네이션과 계약하기 전까진 소속사가 없었다. 복귀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현아와 던이 또 다른 파격을 선보였다. 한날 한시에 각자가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보통 한 소속사 내 가수들은 음반 판매량 등을 고려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컴백한다. 현아와 던은 연인이면서 동시에 일시적인 라이벌 관계로 복귀했다.
누가 먼저랄 것 없는 복귀였다. 빠른 시일 내 무대에 서고 싶다는 둘의 마음이 자연스레 선의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앨범 준비 과정에서 티격태격했을 정도다. 현아는 5일 오후 서울 한남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합동 컴백 쇼케이스에서 “처음 싸이 대표에게 제안을 받고 눈을 마주쳤는데, 서로 피하지 않았다”며 “자연스레 같이 컴백을 해보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뮤직비디오 촬영 날짜부터 연습실 사용까지 쟁탈전이 있었다. 솔직히 경쟁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던은 그렇지 않았던 거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컴백 욕심은 어쩌면 당연하다. 현아는 2017년 12월 ‘립 앤드 힙’ 이후 약 2년 만의 복귀였다. 던도 지난해 4월 아이돌그룹 펜타곤 멤버로 발표한 미니앨범 6집이 마지막이었다. 갑작스런 공개 연애와 계약 해지는 팬들에게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현아는 “솔직해지자는 선택이 굉장히 어려웠고, 그 순간부터 책임질 것과 감수할 것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했다”며 “2007년 데뷔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지금 사랑을 주는 방법을 터득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던도 “당시 선택에 따른 책임만큼 뼈가 부러질 때까지 열심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인 관계니만큼 듀오 무대를 바라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둘은 난색을 표했다. 추구하는 장르가 전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현아의 노래는 발랄한 반면, 던은 어둡다. 현아는 “서로의 음악은 정말 존경하고 배울 것이 많지만, 같이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며 “싸이 대표가 ‘둘은 언젠가 배틀(싸움) 한 번 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는데, 그게 조금 빨리 시작됐다”고 밝혔다. 현아의 마지막 인사말도 유쾌했다. “대표님 콘서트 하고 싶습니다. 따로요!”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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