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방콕 임팩트 포럼에서 열린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서 아베 일본 총리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아홉번째부터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아베 일본 총리, 문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7년 만에 타결 되면서 국내 수출시장에도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시장 규모만 36억명에 달하는 다자간 FTA 체결로 11개월 연속 하락세인 수출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인도가 빠지면서 신남방 시장에서 효과가 절반으로 줄고, 우리 농ㆍ수산물의 수출 경쟁력 하락도 우려된다.

5일 정부에 따르면 현지시간 4일 태국 방콕에 모인 15개 RCEP 참여국 정상이 공동 성명을 통해 협정문 내 20개 챕터 타결에 합의했다. 정상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향후 시장개방 등 협상을 마무리하고 내년 최종 타결ㆍ서명을 추진키로 했다.

RCEP은 아세안 10개국과 한국ㆍ중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 등 16개 국가가 참여하는 아태 지역의 ‘메가 FTA’로 불린다. 세계 GDP의 32%(27조4000만달러)를, 인구의 48%(36억명)를 차지하는 FTA 타결로 교역·투자 활성화와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새로운 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역내 교역은 9조6000만달러로 세계 29% 가량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개발도상국부터 선진국까지 다양한 경제발전 수준을 가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RCEP 타결이 우리 기업들에게 빠르게 성장하는 유망시장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진출기회를 제공하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아세안 등과의 협력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新)남방정책을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리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는 미국을 대체할 중국ㆍASEAN 시장 접근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또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급격히 나빠졌던 한국 경제의 대외 불안정성을 안정화할 완충재 역할을 RCEP가 해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5일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중회의실에서 ‘제3차 RCEP 정상회의 계기 협정문 타결’에 대한 성과, 의의와 신남방 FTA 추진동향 등을 산업계 및 전문가와 공유하고 국내 영향과 향후 대응방향 논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최근 수출이 11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엄중한 상황인 가운데 RCEP 역내 시장접근 개선 및 교역 다변화를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 환경을 개선할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의 도래 추세를 반영하여 전자상거래 챕터를 도입함으로써 최근 고성장세를 기록중인 아세안 전자상거래 시장 진출기반을 확고하고 금융·통신 부속서 채택을 통해 핀테크, 금융 및 통신사업 진출 기반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RCEP 협상 타결 과정에서 13억 신남방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인도가 빠지면서 효과가 절감됐다는 지적도 있다. 인도는 대규모 무역적자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번 RCEP 협상에 불참했다. 실제 현안대로라면 인도는 아세안 수입 품목의 90%, 한중일 3국과 호주뉴질랜드 수입품목의 74%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야 한다. 인도 내부에서는 중국이 RCEP를 이용해 값싼 상품을 덤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농가와 시민단체, 야당까지 반대에 나선 상황이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인도의 경우 나머지 15개국이 다 같이 인도의 우려에 대해 같이 소통하고, 귀 기울이면서 방법을 찾아 나가기로 했다”며 “인도를 같이 동참해서 16개국 간에 서명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농수산업 부문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참가국 중 중국, 호주, 뉴질랜드는 농산물 수출이 많은 나라이고 아세안의 수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17년 2월 발간한 ‘RCEP 추진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RCEP 협상 참여국들은 이미 양자 간 FTA를 맺고 있어 RCEP으로 인한 무역 창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체결 FTA의 개선 및 규범의 조화 등을 통해 이익 증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지난달 정부가 미래 WTO 농업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또다시 RCEP 협정문에 서명함에 따라 우리 농산물 시장 개방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며 “관련 대책 마련에는 소홀한 정부의 ‘농업 홀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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