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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발에 막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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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발에 막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력
2019.11.06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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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약 당사자도 아닌 의료기관이 

 보상 없이 청구업무 맡는 건 부당 

 환자 진료정보 불법수집 의도도” 

 “시행령 보완” 불구 국회 통과 난항 

대한의사협회 최대집(가운데) 회장과 임원들이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의협 제공
대한의사협회 최대집(가운데) 회장과 임원들이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의협 제공

실손보험 가입자가 진료 후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서류를 발급 받거나 영수증을 받은 후 이를 다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번거로운 과정 대신 전산으로 간단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연초 발의돼 심사 중이지만, 의료계가 결사반대에 나서면 정기국회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는 3,800만명에 달한다.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의 고용진ㆍ전재수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두 법안이 상정됐지만 다른 법안을 심사하다가 시간이 지나 논의조차 안됐다. 정무위는 이달 20, 21일 열릴 소위에 다시 한번 상정해 심사할 계획이다.

개정안들은 보험회사가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ㆍ운영하고, 의료기관은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비 증명 서류를 전자문서 형태로 전송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서류를 보낼 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고용진 안) 또는 제3의 전문중계기관(전재수 안)을 거치도록 돼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환자는 진료를 마친 후 전용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진료 명세서를 병원 측에 요청하고 이를 클릭해 보험사로 전송하도록 하는 식으로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가 간편해진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보험회사와 시민단체, 소비자단체가 한 목소리로 법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금융소비자연맹, 녹색소비자연대 등 다수의 시민단체는 지난 4월 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대가 워낙 완강해 실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대한의사협회는 5일 오후 서울 노원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실손보험료 소액청구를 손쉽게 해서 국민의 편의를 증대하려는 법안이 아니라, 청구대행 강제화를 통해 환자들의 진료정보 등 빅데이터를 모두 수집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험사들이 환자들의 진료 정보를 모두 수집하면, 과거의 진료 이력 등을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이나 계약 연장을 거절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명분일 뿐, 본질적으로는 뚜렷한 보상 없이 의료기관에 청구업무 대행을 의무화하는 데 대한 반발로 보인다. 의협 측은 “의료기관들이 실손보험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데도 어떠한 보상 없이 청구업무를 강제로 대행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회원과 산하단체에도 이러한 문제를 집중 홍보하겠다”고 행동 계획을 밝혔다. 고형우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장은 “정부도 소비자 편익 증진 측면에서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특정 이해관계자에게 보상 없이 의무를 지우는 식으로는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법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봤다.

법안을 발의한 측에서는 이런 우려는 일단 법이 통과되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을 통해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고용진 의원실 관계자는 “개인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한 장치를 하고, 전송 수수료를 병원에 보상하는 식으로 추후 논의하면 되는 사안”이라면서 “국민 편익과 이해관계자의 주장 중 우선순위를 고려해 본다면 법 통과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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