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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텝스 만점”… 고교 프로파일이 스펙 편법제출 창구로

입력
2019.11.06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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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개 대학 학종 실태조사] 

 논문 참여 학생ㆍ어학성적 등 상세 기재… 학생부 금지 정보 대학에 제공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13개 대학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저희 학교에는 텝스 만점이 3명이 있는데, 만점자 이름은 A, B, C입니다.”

여러 외고가 그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자료인 ‘고교 프로파일’을 활용해 공인어학성적과 같은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금지 정보를 대학 측에 적극 제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소개서, 추천서에도 이런 편법 기재가 다수 발견했지만 대학은 이 중 36.6%에만 불이익을 주는 등 제대로 조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칙대로 기재한 학생들만 피해를 본 셈이다.

교육부는 학종의 핵심 전형 자료인 학생부의 기재금지 항목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 경제력에 따라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내용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대입에서 논란이 됐던 논문은 물론, 도서 출간, 발명 특허, 교외 경시대회, 해외 (봉사)활동, 공인 어학 시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등을 기재할 수 없다. 이런 항목들은 학생부를 근거로 기재해야 하는 자소서와 추천서에도 자동으로 기재가 금지된다.

자소서ㆍ추천서 기재금지 적발사항에 대한 13개 대학 처리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자소서ㆍ추천서 기재금지 적발사항에 대한 13개 대학 처리 현황. 그래픽=강준구 기자

하지만 교육부의 실태조사 결과 기재금지는 각종 편법으로 무력화됐다. 고등학교 측은 특히 고교 프로파일을 학생부에 기재가 금지된 스펙을 대학 측에 전달하는 ‘간접창구’로 활용했다. 고교 프로파일은 대학이 학생 선발 과정에서 각 학교별 교육과정과 환경을 고려해 평가할 수 있도록 고교가 대학에 제공하는 자료다. 그런데 일부 고교는 여기에 ‘(자신들의 학교가 내신이 불리한 학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학교의 모의고사 성적과 교과과정별 내신성적 분포 자료’ ‘대학 교수와의 R&E(특정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소논문 또는 보고서를 쓰는 활동) 자료와 참여 학생 명단’ 등의 정보를 포함시켰다. 류혜숙 교육부 학생부종합전형조사단 부단장은 “텝스 만점자 명단 등 다수 외고가 학생부 기재금지 항목을 고교 프로파일에서 간접 제공하는 사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고등학교는 고교 프로파일 분량이 826페이지에 달하기도 했다.

자소서, 추천서에서도 편법 기재가 다수 적발됐다. 예컨대 한 학생은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전국 학생통계활용대회에 도전하여 우수한 성과를 거두며”와 같이 썼다. 기재를 금지한 ‘수상 실적’대신 이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또 다른 학생은 “저는 어릴 적부터 작은 기업을 경영하시는 아버지”라는 표현으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쓰지 말라는 규정을 피해갔다. 일부 고교에서는 교사가 작성하는 학생부에서도 교외 경시대회명과 수상 실적을 별도 목록화해 작성하거나 “봉사단체로부터 개인 공로를 인정 받음” “자동차 도어 제어장치와 복합 사중창 특허를 출원함”이라고 적는 등 기재금지를 위반한 사례가 적발됐다.

한편 대학은 학생 선발 과정에서 이 같은 위반 사례를 적발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2019학년도) 13개 대학에서 자소서 238건, 추천서 128건 총 366건의 기재금지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그러나 대학이 서류평가에서 0점 처리를 하거나 감점 등 불이익을 준 사례는 134건(36.6%)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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