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4차 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에 시민단체, 노동계의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혁신인재 육성를 위해 노동ㆍ교육 제도의 수정 필요성 등을 거론한 권고안이 노동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와 정의당은 각각 “주 52시간 상한제를 성장ㆍ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평가해 무력화하는 방향” “기업의 이득에 복무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민주노총은 “적자생존의 무한경쟁만 통용되는 사회의 청사진”이라고 꼬집었다. 위원회에 참여한 황선자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부원장은 5일 권고안이 합의가 아니라 위원장의 생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디지털, AI, 자동화기술이 추동하는 급격한 산업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할 목적으로 설립돼 지난해 말 2기 위원회가 출범했다. 이번 권고안에는 경쟁의 핵심 요소가 토지, 노동, 자본에서 데이터, 인재, 스마트자본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이에 맞추어 사회 제도를 바꾸고 바이오헬스, 제조, 금융 등 6대 전략산업은 규제 혁신을 통해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 설치 목적이 산업 변혁기 대응에 초점을 맞춘 만큼 노동 문제만 꼬집어 활동 전체를 비판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노동 문제를 도외시할 경우 부상하는 산업 논리만 대변하는 반쪽 그림에 그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한계 역시 분명하다. 52시간제 반대 논리만 해도 벤처기업이 그런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일할 환경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더라도, 그 경우 장시간 노동으로 내몰릴 우려가 있는 IT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지 함께 고민해야 마땅하다.
플랫폼 산업도 발빠른 도입을 원하는 목소리가 있는 한편으로 관련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국제노동기구(ILO)는 3월 ‘일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기술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지만 그 때문에 일자리를 잃을 노동자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포용적이고 역동적인 사회’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에 능동적으로 대비하면서 동시에 그것이 ‘인간의 얼굴’을 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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