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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시도 학생 혼자 두다니…기숙사생 못 지킨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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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시도 학생 혼자 두다니…기숙사생 못 지킨 대학

입력
2019.11.06 04:40
수정
2019.11.06 10: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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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건물서 1차 시도 학생 경비원이 발견, 가까스로 구해 놓고 

 경찰 등에 신고 않고 돌려 보냈는데 결국…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학생을 잘 구해놓고도 홀로 나둬 결국 해당 학생이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살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대응책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의 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A씨가 최근 기숙사 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건물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가 처음 눈에 띈 것은 사건 발생 30분쯤 전 학교 내 다른 건물에서였다. 경찰과 학교에 따르면 A씨는 당시에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고, 건물 경비원에게 가까스로 구조됐다. 경비원은 이 상황을 학교 종합상황실에 보고했다. ‘캠퍼스 폴리스’와 교직원이 현장으로 즉시 출동했다.

이들은 A씨를 기숙사까지 데려다 준 뒤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철수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숫자를 통해 A씨가 방으로 올라가는 걸 확인한 뒤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그렇게 홀로 방에 올라간 A씨는 15분여만에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때문에 위험징후가 뚜렷했던 A씨를 홀로 둔 것이 적절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만든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의 현장대응안내’를 보면 △이미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거나 △시도가 임박한 징후가 나타난 사람을 ‘고위험군’으로 분류해 발견 즉시 경찰, 병원, 예방기관 등으로 인계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미 극단적 선택을 한 차례 시도한, ‘초응급’ 상황이었던 만큼 A씨의 “괜찮다”는 말만 믿을 게 아니라 119나 경찰을 무조건 불렀어야 했다는 얘기다.

사건 발생 뒤 대학 측은 “A씨를 기숙사 안까지 귀가 동행한 뒤 기숙사 당직자에게 연락을 취하던 중 사건이 발생해 안타깝지만 차마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이라며 “위기대응절차에 따라 경비원 등에게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복수의 경비원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종합상황실에 연락하는 것 이외에는 행동 지침을 알지 못 하고, 자살예방 교육을 받은 기억도 없다”고 말했다. 종합상황실 운영도 대학과 계약을 체결한 보안업체가 재하청을 준 소규모 업체가 맡는다. 학교가 직접 고용한 경비원과 용역회사 경비원이 뒤섞여 근무하다 보니 평소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 측이 실시한다는 자살예방, 위기대응 교육도 그런 것 아니겠냐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학교와 병원을 연결하는 신고시스템 같은 걸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은정 중앙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A씨 같은 경우 절대로 혼자 내버려둬서는 안 되는 경우였고 주변에 친구, 가족, 의사 등 누군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안타까운 사건”이라며 “당직자 등 학교 근무자들에 대한 자살예방교육을 의무화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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