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18년 기업경영분석’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 내는 기업의 비중이 지난해 35%를 돌파했다. 이런 부실 기업의 80% 이상, 전체 기업의 30%가량은 적자 기업이었다. 국내 기업 전체를 봐도 지난해 매출 증가율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지고 영업이익률도 저하됐다. 반도체 호황이 저물자 기업 실적 부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8년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했다. 법인세 신고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전반의 경영 상황을 분석하는 통계로, 이번엔 69만2,726곳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이자보상비율(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 100% 미만, 즉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35.2%로 집계됐다. 통계적으로 비교가 가능한 2016년(31.8%)과 2017년(32.3%)에 비해 3%포인트가량 급증한 수치다. 영업이익이 아예 적자(이자보상비율 0% 미만)인 기업 비중 또한 같은 기간 27.0→27.6→29.5%로 증가하며 30%에 육박했다. 지난해 기준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가운데 84%가 적자 기업인 셈이다.
기업의 성장성(매출)과 수익성(이익) 지표도 악화됐다. 지난해 전체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4.0%로 전년(9.2%) 대비 5.2%포인트 급락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9.0%에서 4.0%로, 비제조업은 9.3%에서 4.0%로 각각 하락했다.
제조업의 경우 반도체 등을 포함한 전자ㆍ영상ㆍ통신장비 부문(20.4→3.4%)의 매출 신장세가 지난해 3분기 말부터 시작된 수출 부진 여파로 둔화된 영향이 컸다. 그러나 양대 반도체 제조사(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기업 매출 증가율 역시 2017년 7.2%에서 3.3%로 급락하며 전방위적인 성장 하락 추세를 드러냈다.
전체 기업 영업이익률은 2017년 6.1%에서 5.6%로 하락했다. 제조업(7.6→7.3%)에선 석유화학 업종의 정제마진 하락, 자동차 업종의 국제 수요 둔화 등이 수익성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혔다.
한은 관계자는 “매출액에서 매출원가(77.0→22.2%)와 판매관리비(16.9→17.1%) 비중이 증가한 것이 영업이익률 하락 요인”이라며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모두 인건비가 늘어난 영향으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을 개연성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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