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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50년의 눈으로 2020년을 계획하자

입력
2019.11.0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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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의 시각에서 2020년을 디자인해야 한다. 눈앞에 빤히 다가오는 높은 파도를 등지고 보려 하지 않는다고 피해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하는 일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20대 국회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오대근 기자
2050년의 시각에서 2020년을 디자인해야 한다. 눈앞에 빤히 다가오는 높은 파도를 등지고 보려 하지 않는다고 피해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하는 일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20대 국회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법안들이 통과되고 있는 모습. 오대근 기자

1967년, 만화가 이정문 화백은 ‘서기 2000년대의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만화를 한 학생잡지에 그렸다. ‘심술통’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그의 만화에 등장하는 태양열 주택, 전기자동차, 전자신문(당시 표현으로는 전파신문), 움직이는 도로(오늘날의 무빙워크), 청소로봇, 영상통화(소형 TV전화기) 등은 너무 정확히 현재와 들어맞아서 무섭기까지 하다. 비록 아직 보편화되지 못했지만 재택진료, 로켓 달나라 여행 등이 이미 다른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거나 머지않아 이뤄질 것임을 감안하면, 그 정확성에 한 번 더 감탄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큰 틀에서는 예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제 다시 30여년 뒤를 예상해 보자. 2017년 한국국토정보공사가 발간한 ‘대한민국 2050 미래 항해’ 보고서는 우리나라 중ㆍ고교생 숫자가 2010년 414만명에서 2030년에는 262만명으로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20년 만에 중등교육을 받는 학생이 3분의 1 이상 격감하는 충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낼 것인가? 학교 숫자를 줄여야 할지, 신규 배출 교사 숫자는 어떻게 조절해야 할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경제가 지난 50년간 압축성장을 해왔지만, 앞으로 50년 동안 우리 인구는 압축 고령화된다. 경제활동 가능 인구의 치명적 감소는 우리의 앞날에 불확실성과 근심을 드리운다. 인구 전망이 이러한데 주택 공급은 어디에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는 장기적으로 지속시킬 계획이 탄탄한가? 빈부 격차를 줄이고 일자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기본 소득을 시행한다면, 재정이 감당할 수는 있는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중구난방으로 세울 것이 아니라, 아예 결혼 시기와 출산 시기에 주택과 교육비 문제를 공공주택 배정,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공립학교 무료교육 등으로 해결해 줘야 하는 건 아닌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2050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약 40%나 차지하는 반면, 14세 이하 유소년은 채 10%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90세 인구가 30세 인구보다 많아지는 세상, 80세 이상 인구가 20세 이하 인구보다 많아지는 세상이 오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구조의 격변도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인간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체 일자리 수를 감소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계층 간 소득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데, 인공지능 시대에 새로 생길 일자리가 있다 해도 과연 계층 간 차이를 좁힐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될 것인지 의문이다. 한편 정보와 돈은 플랫폼을 따라 흘러 다닐 것이다. 플랫폼 자체를 소유한 극소수와 유명 유튜버들처럼 플랫폼의 스타로 활동하는 소수만이 각광받을 세상을 서울대 유기윤 교수는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해 먼저 저출산 고령화 정책을 혁신하는 데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교육기관 숫자 조정은 물론, 교육 내용의 전면 재검토도 필요하다.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의 파도를 잘 타고 넘어야 한다. 2050년의 시각에서 2020년을 디자인해야 한다. 눈앞에 빤히 다가오는 높은 파도를 등지고 보려 하지 않는다고 피해갈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하는 일 없이 시간만 흘려보낸 20대 국회가 그래서 더욱 뼈아프다. 미래를 기준으로 현재를 바꾸는 방향으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남은 기간이라도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2050년을 기준으로 2020년을 설계해 보기 바란다. 전쟁과 기아도 이겨낸 국가다. 도전하면 반드시 길이 보일 것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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