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 1년 뒤부터 효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 유엔에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 통보하고 1년간의 탈퇴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오늘 파리협약에서 탈퇴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시작했다”며 “협약 규정에 따라 유엔에 공식 탈퇴 통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유럽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마이웨이’를 고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미국이 파리협약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공개 선언했다. 하지만 협약 규정상 파리협약 발효로부터 3년이 지난 이날부터 탈퇴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돼 있어 탈퇴 선언이 가능해진 첫날 기다렸다는 듯 통보에 나섰다고 NYT는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탈퇴는 통보로부터 1년이 지나야 효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협약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정해진 목표치만큼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내용으로, 2015년 12월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주도로 195개 당사국이 채택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미국의 환경 정책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는 ‘기후변화는 허구’라는 주장을 공공연하게 펼치며 전임 행정부의 각종 환경 규제를 폐기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말처럼 미국의 파리협약 이탈 절차가 최종 마무리되기까지는 1년이 걸릴 예정이다. NYT는 1년 뒤인 내년 11월 4일은 미국 대통령선거 다음날이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따라 협정 잔류로 극적 선회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선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당선 시 파리협약에 다시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다른 나라들도 미국을 따라 협약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미국과 함께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협약 이행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앤드루 스티어 미 세계자원연구소 회장은 성명을 내고 “파리협약을 내버리는 것은 미래 세대에 잔인한 일이자 세계를 덜 안전하고 덜 생산적인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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