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주요 성과는… ①아베 총리 대화 의지 직접 확인
②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띄우기 ③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관심 환기
‘아세안(ASEAN)+3(한ㆍ중ㆍ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을 위해 3~5일 태국 방콕을 방문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5일 귀환한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기대했던 성과는 이달 말 부산에서 열리는 ‘2019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ㆍ메콩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아세안 국가들의 관심을 당부하는 것이었다.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깜짝 환담’을 통해 한일 간 산적한 현안을 대화로 풀어가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건 의외의 소득이라 할 수 있다.
문 대통령, 아베 총리와 단독 환담
문 대통령은 4일 아세안+3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기장에서 만난 아베 총리에게 즉석 대화를 제안했고, 아베 총리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11분 간의 단독 환담이 성사됐다. “한일 정상이 회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정부 안팎의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별도로 만나 대화를 나눈 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 계기 정상회담 이후 13개월여 만이었다.
이날 만남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이후 악화해 온 한일관계를 어느 정도 수습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듯하다. 여전한 양국의 입장 차를 보여주듯, 깜짝 환담 이후 양국 정부가 방점을 찍은 부분은 현저히 달랐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원칙을 바꿀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문 대통령에게 단호하게 전달했다는 점을 부각했고, 한국은 문 대통령의 적극성이 아베 총리와의 대화를 성사시켰다는 데 주목했다.
한일 정상이 사실상의 ‘약식회담’으로 대화 의지를 확인한 만큼, 양국이 관계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5일 방콕을 떠나며 “아베 총리와는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고 강조했다. 전날 문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더욱 고위급의 협의를 갖는 방안을 검토해보자”고 제안했고, 아베 총리도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노력하자”고 화답한 바 있다.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분위기 띄우기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태국 방문 목적 중 하나가 부산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포석을 마련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박 3일에 걸쳐 아세안 10개국 정상 모두와 별도 환담을 가졌고,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정상 차원의 관심과 지지를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5일 “아시아의 협력은 서구가 이끌어온 과학기술 문명 위에서 사람 중심의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는 힘이 될 것”이라며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ㆍ메콩 정상회의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두 회의의 성공과 아시아가 열게 될 미래를 위해 국민들께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총 16개국이 진행해온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이 타결되는 성과도 거뒀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안정적인 교역ㆍ투자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은 “RCEP 협정문 타결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 시장을 열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협력하는 경제공동체의 길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5일 말했다. 다만 인도가 이번 협정에서 제외된 것은 차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이번 태국에서의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각 나라 정상들은 그동안 협력으로 여러 위기에 함께 대응해온 것을 높이 평가했고 앞으로도 테러, 기후변화, 재난관리, 미래인재양성 등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평가를 5일 내렸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관심 환기
문 대통령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도 환기했다. 계기마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한 정부 의지를 표명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선 국제사회 지지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면서다. 4일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선 “북한이 진정성 있는 조치를 취한다면 국제사회도 이에 맞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9월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를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4일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조언을 구하는 오브라이언 보좌관에게 “인내심을 갖고 북한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오브라이언이 문 대통령에게 전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는 “저는 대통령님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평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한미 양국은 비무장지대 이남과 이북에 있는 가족들이 재회하는 그날을 위해 변함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방콕=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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