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개정안 쟁점 토론회
“피해 인정 범위 대폭 넓혀야”
여야 발의 개정안서 한목소리
지난 9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전 의원은 지난달 18일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연합뉴스

정부 예산으로 지원 받는 피해자와 기업자금으로 지원을 받는 피해자로 구분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구분을 폐지하고 지원 범위를 크게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최근 잇달아 발의한 데 이어 정부도 피해자 지원 확대에 적극 협조하기로 하면서 20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안 쟁점 토론회’에서 민간 싱크탱크인 사회자본연구원의 전재경 법제위원은 신창현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 등 국회의원 5인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을 비교하며 “피해자의 구분 단계를 폐지해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줄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 부문별 조사ㆍ판정 결과. 그래픽=김문중 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 체계는 구제급여와 특별구제계정으로 나뉘는데 구제급여는 정부 예산으로, 특별구제계정은 가습기 살균제 생산한 가해 기업 자금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 폐질환을 1단계(가능성 거의 확실), 2단계(가능성 높음), 3단계(가능성 낮음), 4단계(가능성 거의 없음)로 판정해 분류하고 그 밖의 질환은 인정, 불인정으로 분류한다. 구제급여는 폐질환 1ㆍ2단계와 천식, 태아피해만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구제계정은 폐질환 3단계와 구제급여 대상 외의 천식, 기관지확장증, 폐렴, 간질성폐질환만 대상 질환으로 인정한다.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은 의료비와 생활비 등 실제 비용을 지원하고 있어 지원 금액의 차이는 없으나 구제급여는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와 해당 질환의 인과성을 인정했다는 뜻이어서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민사소송에서 유리할 수 있다. 수십만명으로 추정되는 피해자 가운데 현재까지 정부에 피해 사실을 신고한 피해자는 이달 1일 기준 6,616명에 불과하고 정부가 피해를 인정해 구제급여를 받은 사람은 고작 835명뿐이다. 특별구제계정 지원 대상자는 2,144명이다.

지난 9월 말부터 잇달아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 5인은 모두 급여와 계정을 통합하고 ‘상당한 개연성’이 없어도 일정한 경로가 증명되면 가습기 살균제 사용과 건강피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도록 해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지영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과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폐 질환이나 천식 외에도 암이나 피부질환, 안과 질환, 뇌전증(간질) 등 신경계 질환, 자폐증 등을 진단받았는데 앞으론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질환으로 판정된 사람들을 모두 건강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한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도 “살균제 피해자 한 명이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아 2ㆍ3차 피해를 인정하는 등 광범위하게 피해를 인정해야 한다”며 “피해 규모를 산정할 때 단순한 치료비만 넣을 게 아니라 실제 피해를 반영하고 기회비용과 생존자에 대한 위로금 등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단순한 피해 인정 범위 확대로 그치지 않고 정부가 더 많은 부분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혜정 환경노출확인피해자연합 대표는 “정부는 전체 피해자에게 피해자 인정서를 발급해 배ㆍ보상을 적극 책임지겠다는 근거를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며 “통합기금을 설치해 피해자들이 별도의 민사 소송을 거치지 않고도 합당한 배ㆍ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피해자들의 장ㆍ단기 치료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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