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산업자원부 차관 출신인 김종갑 현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4월에도 경영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직전 해인 2017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78% 급감한 4조9,232억원으로 추락했다. 그해 4분기 실적은 2013년 2분기 이후 18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서 1,294억원의 영업손실까지 발생했다. 김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한전이 자구노력으로 관리 가능한 경영비용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 전기료 인상이 추진된 배경이다.
□ 김 사장은 두부공장 얘기를 꺼냈다. 2017년 4분기에 이어 지난해 1분기에도 1,27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즈음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두부공장의 걱정거리’라는 글을 올렸다. 가공비와 재료손실분만 따져도 콩값보다는 두부 값이 비싸야 한다. 그런데 수입 콩값이 올라도 두부 값을 올리지 않다 보니, 두부 값이 콩값보다 싸지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콩은 발전재료인 가스나 석탄 같은 1차 에너지연료, 두부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전기를 비유한 얘기였다.
□ 김 사장의 결론은 순리대로 두부 값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기료 연료가격 연동제, 산업용 전기료 인상, 가정ㆍ산업용 전력 누진제 개편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즉 ‘탈원전 정책’에 발목이 잡혔다.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에 따른 전기료 인상 우려를 해소하려고 “2022년까지 전기료 인상은 없다”고 이미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지난해 한전 실적은 6년 만에 2,080억원 적자로 돌아선 데 이어, 올 상반기까지만 9,000억원 이상의 적자 행진을 이어 갔다.
□ 정부와 한전은 그동안 적자의 원인을 주로 발전재료 가격상승에 돌렸다. 하지만 가동률 하락 등에 따라 발전단가가 가장 싼 원전의 전력공급 비중이 줄고, 그에 비해 최대 5배 이상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는 등 탈원전의 여파도 그에 못지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런저런 불만이 쌓인 한전이 내년부터 약 1조1,000억원에 이르는 각종 전기요금 할인을 전면 폐지하겠다며 정부 전기료정책에 정면 반발하는 이례적 상황까지 최근 빚어졌다. 과격한 탈원전 정책이 또 하나의 볼썽 사나운 엇박자를 일으킨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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