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내년 대선을 1년 앞둔 3일(현지시간) 공개된 주요 여론 조사에서 탄핵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주요 대선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열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화당 지지층의 경우 응답자의 90%가 탄핵에 반대하는 등 당파에 따른 정치 양극화가 뚜렷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NBC 방송과 공동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미 양극화된 국가가 당론이 거칠어지면서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NBC와 WSJ의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찬성은 49%, 반대는 46%였다. 지난 9월 같은 조사에서 탄핵 찬성 43%, 반대 49%였던 데서 한 달 만에 탄핵 찬성 여론이 반대보다 더 많아진 것이다.
지지 정당에 따른 탄핵 찬반 여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민주당 지지자의 88%가 탄핵에 찬성했다.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90%가 탄핵에 반대했다. 무당파는 탄핵 찬성은 43%, 탄핵 반대는 46%였다.
내년 11월 대선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주요 주자들과의 맞대결에서 10%포인트 가까운 격차로 뒤질 것으로 예측됐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양자 대결에서는 50% 대 41%로,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과의 대결에서는 50% 대 42%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접하고도 “잘못된 조사다. 내게는 진짜 여론조사 결과가 있다”며 대선 승리를 확신했다. 그는 재선에 자신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우리의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는 대단하다”며 "(재선 당선을) 매우 확신한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시시피주 유세에서는 미국 유권자의 성난 다수가 탄핵에 반대하며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여론 조사를 근거로 삼았는지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이날 조사 결과에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능성에 유리하게 작용할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과 관련한 항목에서 53%가 부정적 평가를, 45%가 긍정적 평가를 각각 내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분야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52%로 전반적인 국정 수행 능력에 비해 높게 평가됐다.
NBC와 WSJ의 공동 조사 외에도 폭스뉴스의 지난달 27~30일 조사에서는 탄핵 찬성이 49%, 반대가 41%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의 86%는 탄핵에 찬성하고 공화당 지지층은 87%가 반대했다.
시사 월간 애틀랜틱은 “더 이상 미국인에게 국가 정체성에 대한 공동 의식은 존재하지 않으며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들은 각각 자신들의 정적이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갖고 있다고 믿고 있다”며 “(이번 조사들은) 정치적 종족주의가 미국인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최신 증거”라고 평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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