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욱일기는 여전히 군대 깃발”
“한일 과거사 갈등에 미국도 책임 당사국”
미국 역사학자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의 일본 욱일기 사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욱일기는 국기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직접 욱일기 사용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는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공포의 상징인 욱일기는 도쿄올림픽에서 금지돼야 한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더든 교수는 “욱일기는 기업 필요성에 의해 때때로 광고 같은 곳에 등장하지만, 엄밀히 말해 여전히 ‘군대 깃발’”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2차 대전까지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사용됐고, 1954년부터는 변형된 형태로 일본 해상자위대의 깃발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국기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IOC에게는 도쿄올림픽에서 욱일기를 배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더든 교수는 강조했다. 욱일기 사용 문제가 한일 간 외교적 문제로 비화하고 있으나, IOC 차원에서 일본에 대해 욱일기 사용 금지를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이 욱일기를 사용하려는 것은 과거 전쟁 행위에 대한 죄책감을 씻어내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더든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일본 우파는 욱일기를 감싸 안음으로써 전시 만행을 포함해 일본인은 과거 행위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려는 것”이라며 “일본의 전시 만행을 증언할 수 있는 생존자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IOC는 부디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두 나라 스스로 해결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미국에 대해서도 더든 교수는 미국 역시 책임 당사국이라고 밝혔다. 그는 “2차 대전 후 미국이 한일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설명하는 데 실패한 나머지 한일 두 나라는 과거사 문제에 있어 둘로 쪼개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한일은 북한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협정도 유지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지적했다.
더든 교수는 지난 2015년 일본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성명을 촉구했던 해외 석학들의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2015년 만해평화대상을 수상하는 등 미국 내 대표적 지한파 학자로 통한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