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보안정책’ 이름으로 주기적으로 일괄 수거해 포맷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연합뉴스

디지털 시대, 수사기관에게 스마트폰은 모든 증거가 드나드는 관문이다. 수사기관이 가장 먼저 확보하려는 증거라면, 수사대상자에겐 가장 먼저 없애야 할 증거다. 하지만 수사 대상자에겐 딜레마가 있다. 너무 티 나게 스마트폰을 없애면, ‘증거인멸 우려’라는 구속 사유를 더 강화하게 된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두뇌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다.

사법농단 사건의 경우, 오랜 기간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됐음에도 스마트폰 압수수색은 거의 없었던 사건으로 꼽힌다. 영장이 기각된 경우도 많았지만, 수사 대상 판사들이 스마트폰을 교체했다거나 분실했다고 주장해서다. 어떤 판사는 “절에 불공 드리러 갔다가 잃어버렸다”고도, 다른 판사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거나, 또 다른 판사는 “뒷판을 열고 송곳으로 찍은 뒤 내다 버렸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증거 인멸의 고의는 없지만, 다시 찾을 방법도 없다고 주장하기 위함이다.

기업은 아예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저지른다. 주요 임원들의 스마트폰을 일정 기간 뒤 일괄 수거해 포맷하거나 공장초기화 하는 방식을 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이뤄지는데, 흔히 ‘보안정책’이란 이름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때는 회사가 직원 수십 명의 개인 스마트폰을 제출받아 ‘JY’ ‘부회장’ ‘콜옵션’ 같은 키워드들을 집중 삭제토록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문 업체를 쓰기도 한다. 올해 초 ‘버닝썬 스캔들’ 수사 당시 가수 정준영은 2016년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자, 전문 업체에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맡기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수사기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전문 업체에다 혐의 관련 정보만 지운 뒤 흔쾌히 스마트폰을 내놓는 척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수사기관에 출석할 때 기습적 압수수색이나 수사관의 설득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스마트폰을 가져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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