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권 보장’ 1인 시위 김화현양
“찢어지게 가난해야지만 생리대를 지원받을 수 있는 건가요? 정말 가난한 여성 청소년만 ‘선별’해서 ‘시혜적’으로 지원할 게 아니라 청소년의 기본권, 여성의 건강권 차원에서 누구에게나 지급하는 게 맞지요.”
지난 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만난 김화현(17)양의 두 손에는 ‘낙인과 사각지대 없는 생리대 보편지급으로 청소년의 월경권을 보장하라’고 쓰여진 팻말이 들려있었다. 현재 시의회에 계류 중인 조례 개정안 통과에 직접 청소년의 목소리를 보태기 위해 1인 시위에 나선 것이다. 지난 7월 권수정 서울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서울시 어린이ㆍ청소년 인권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그것이다. 기존 조례상의 생리대 지원 대상에서 ‘빈곤’이라는 두 글자를 삭제해 만 11~18세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정말 돈이 없어서 생리대를 지원받아야 하는데 나라에, 학교에 ‘저 너무 가난해요, 지원해주세요’라고 말해야 되는 상황이 정상인가요?” 그는 “저소득층 생리대 지원 정책 홍보물을 보면 대개 씻을 수 없는 상처나 눈물 같이 불쌍함이 주를 이루더라”며 “생리대 지급은 감사해 할 일도, 기뻐할 일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죠.”
생리대 보편 지급을 말하기 앞서 생리가 이렇게 공적 영역에서 다뤄진 것조차 그리 오래지 않은 일이다. ‘깔창 생리대’ 사연이 알려진 게 2016년.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기 의지와 상관 없이 매달 겪는 보편적 경험이지만 ‘그날’, ‘마법’ 등으로 쉬쉬하며 숨긴 결과, 가난해서 운동화 깔창을 생리대로 대신하거나 생리 기간 학교에 나오지 못하면서 건강권, 학습권 등 기본권이 침해 받는 이른바 ‘생리 빈곤’ 문제는 3년 전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부랴부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리대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생리대를 사서 쓸 수 없을 만큼 가난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지급 방식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낙인과 수치심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지원 대상 열 명 중 여섯 명 정도만 지급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2019년 4월 말 기준 신청률 62.6%) 선별적 복지의 장벽을 깨고 건강권, 학습권, 기본권과 연결된 보편적인 여성 인권의 문제로서 생리대를 차등 없이 지급해야 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이유다.
“여성 청소년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생리대는 개인적이거나 특수한 물품이 아니라 시민 건강과 관련된 의료용품이고, 일상적 용품이라는 인식이 이제는 당연해졌으면 좋겠어요.”
청소년 페미니스트 단체인 ‘위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양은 청소년 참정권 운동에도 관심이 많다. “일부러 의원님들 보시라고 시의회 앞에서 1인시위를 했는데요. 확실히 당사자가 아닌데다 청소년은 투표권이 없어선지 눈길도 안 주고 가는 의원들도 많고, 생각보다 더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위티를 포함해 총 34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서울시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지급 운동본부’는 아동ㆍ청소년 인권 조례 개정안이 통과할 때까지 1인 시위 등 대시민 캠페인을 계속할 방침이다.
전국 최초로 경기 여주시는 지난 3월 모든 여성 청소년에게 생리대를 지급하는 조례를 통과시켰고, 서울 구로구의회도 지난달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해당 조례안을 가결했다.
글ㆍ사진=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