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부터 내년 초 사이 한국의 대(對) 인도네시아 투자 규모가 수 조원까지 급증하는 이른바 ‘인도네시안 러시’가 벌어진다. 코린도, 삼탄 등 기존 1차 산업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이어 2ㆍ3차 산업 및 금융ㆍ정보기술(IT) 분야 기업까지 망라하는 이번 ‘인도네시안 러시’가 성공할 경우 수요 부진과 일자리 부족에 시름하는 한국 경제에 새 활력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창립총회 및 학술대회를 열고 출범한 한ㆍ인도네시아 경영학회(KIMA)에 따르면 이달 말부터 제조업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금융에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 등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 시장 개척 및 선점을 위한 대규모 투자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거나 실행에 옮겨진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말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에 맞춰 자카르타 동쪽 50㎞ 찌까랑 델타마스에 연산 25만대 규모의 공장 설립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발표와 동시에 시설 구축에 들어가 2021년 7만대의 스포츠유틸리티차 생산 등 공장 가동에 들어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완성차 공장 투자는 20~30여개 부품업체의 동반 진출을 이끄는 것이어서 최근 침체 상태에 빠진 국내 완성차 및 관련업계의 숨통을 일부 틔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도 조코위 정부의 국토개발 및 산업시설 현대화 계획에 투자를 모색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인도네시아 국영석유 페르타미나로부터 총 규모 39억7,000만달러의 동칼리만탄 ‘발릭파판 정유공장 고도화 프로젝트’ 중 21억7,000만달러를 수주, 시공계약을 맺었다. 현대건설도 인도네시아 국영건설업체 후따마 카리야와 신수도 건설, 도로ㆍ교량 건설 등 국책사업에서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성공사례를 발표한 미래에셋도 투자 확대를 검토 중이다. 안병학 미래에셋 글로벌시너지 본부장은 “공격적인 현지화 전략이 주효해 미래에셋은 100여개 현지 증권사 가운데 시장점유율 2위까지 올랐고, 17% 수익률(베트남은 12%)과 고객자산 21조원 돌파를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증시 규모가 아직 국내총생산(GDP)의 50% 수준(한국은 86%)에 머물고 있어 앞으로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KIMA의 한국측 회장에 선임된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베트남은 이미 ‘레드오션’(포화시장) 단계로, 이제 한국 기업은 인도네시아에 집중할 때”라며 “카카오페이지, aT 등 IT분야와 식품분야 기업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도 “한국 자본의 한 단계 높아진 투자를 적극 환영한다”며 “인도네시아 정부는 한국 자본과 협력해 제3국에 동반 진출하는 것도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일보 후원으로 발족한 KIMA는 양국 경제협력과 개별기업의 진출전략 방안을 학문적ㆍ실무적으로 모색하는 싱크탱크의 역할을 맡게 된다. 특히 KIMA의 인도네시아측 헤르마왕 카타자야 회장은 조코위 대통령 등 현지 지도층과 유대관계가 깊어 한국 기업들의 현지 진출에 중요한 조언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KIMA 출범식에는 헤르마왕 카타자야 세계마케팅협회 회장, 우마르 하디 대사, 김관영 의원, 주영섭 전 중소기업청장 등 개인자격으로 KIMA 회원이 된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맹하경기자 kh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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