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관, 요양보호사, 영유아 교사, 택배기사 등
당사자들 직접 경험 담은 에세이 출간 잇따라
구조적 현실 문제 들추며 사회 고발서 성격도
교도관, 영유아 교사, 요양보호사, 택배 기사 등 홀대 받던 직업군의 이야기를 다룬 책의 출간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저자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직접 목소리를 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철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수용자와 교도관이 있습니다. 이들은 같은 공간에서 다른 옷을 입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때로는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며,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고 염려하지만 각자의 관점으로만 서로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나는 30년 동안 교도소에 수용 중입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책 ‘왜 하필 교도관이야?(예미)’는 30년 동안 매일 아침 교도소로 출근하는 의정부 교도소 장선숙 교감이 쓴 ‘교정 에세이’다. 사람들은 교도소를 세상과 단절된 죽은 공간이라고 쉽게 생각한다. 교도관은 수용자들 뒤만 따라다니는 무기력한 사람이거나, 이들을 교활하게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기회주의자로 폄하한다.

책은 굳게 닫힌 철문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며, 세상의 편견에 당당히 맞선다. 장 교감은 “교도소는 새 사람을 탄생시키는 생명력 넘치는 곳이며, 교도관은 수용자들을 담장 너머 세상과 연결해주는 사다리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홀대 받고 무시 당했던 직업군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책의 저자들은 교도관, 요양보호사, 어린이집 영유아 교사, 택배기사 등 ‘잘 나가지 못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다. 책들은 기본적으로 직업 에세이를 표방한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들여다 보지 못하는 냉혹한 노동 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생생히 들추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 고발서로도 읽힌다.

‘그리고 영유아교사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들녘)’는 현장에서 분투 중인 영유아 교사 5명의 절절한 외침을 담았다.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세상은 영유아 교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 바쁘다. 책은 영유아 교사들이 처한 열악하고 부당한 노동환경은 왜 모른 척 하는지 묻는다.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헤르츠나인)’는 중견 일본어 번역가 이은주씨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생업 전선에 뛰어든 얘기다. 이씨는 할머니들의 기저귀를 갈고 침대 시트를 바꾸며 대소변 체크 일자에 메모를 할 때 ‘나도 언젠가는 이곳에서 생애 마지막을 보내겠구나’라는 생각에 직면한다. 책은 초고령 시대 요양 보호 서비스는 가장 우선시 돼야 할 복지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당사자의 목소리에서 나온 가공할 수 없는 리얼리티의 힘은 큰 울림을 준다. 저자가 6년 간 실제 택배 노동자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만화 ‘까대기’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가협회가 주는 2019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되는 등 작품성도 인정 받았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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