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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앨 고어의 그날 이후(11.7)

입력
2019.11.07 04:4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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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 고어는 2000년 대선 패배 후 4년여간 우울증을 앓았고, 2005년 이후 환경운동가로 재기했다. 그는 정계 은퇴 후 더 많은 것을 이뤘다. twitter.com/algore
앨 고어는 2000년 대선 패배 후 4년여간 우울증을 앓았고, 2005년 이후 환경운동가로 재기했다. 그는 정계 은퇴 후 더 많은 것을 이뤘다. twitter.com/algore

2000년 11월 7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앨 고어(Albert “Al” Gore, 1948~)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에게 패했다. 선거인단 수 271대 266의 석패였다. 플로리다 선거인단 투표를 둘러싼 논란이 유명하다. 미국 대선은 주 선거인단 선거로 사실상 판가름 난다. 그 선거의 승자가 주별로 할당된 대선 선거인단을 독식(메인 주, 네브래스카주 제외)하기 때문이다. 고어가 불과 2,700여표 차이로 패해 29명의 선거인단을 모두 잃게 된 플로리다 선거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개표 부정ㆍ불공정 시비가 불거졌다. 공화당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재검표에 반대함으로써 부시의 당선이 확정됐지만,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지금도 지난 대선 힐러리의 패배 못지않게 고어의 패배에 수긍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2000년 대선을 도둑맞은 선거라 여긴다.

낙선 후 우울증과 폭식증을 앓던 고어를 다시 일어서게 한 건, 알려진 바 2005년 여름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였다. 그는 이재민 구호 활동에 몰두했다. 일부는 그걸 정치 활동이라 여겼다. 그에겐 그게 환경운동가로서의 삶의 시작이었다.

앞서 1992년 저서 ‘위기의 지구’ 등으로 이미 지구 환경에 관한 한 가장 적극적인 정치인 중 한 명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그는 2006년 지구 온난화 다큐멘터리와 동명의 책 ‘불편한 진실’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극적으로 알렸고, 그 공로로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한 일에 비해 과도한 보상이라는 비판이, 보수진영뿐 아니라 진보진영 내에서도 있었다.

고어는 이듬해 ‘기후 프로젝트(The Climate Reality Project)’를 설립했다. 기후위기의 절박함을 알리고 각자가 현장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실천을 이끌고 독려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는 프로젝트였다. 지금까지 약 150여개국 2만여명의 ‘기후 리더’가 그 프로젝트를 통해 배출됐다. 지난달 초 그는 기후프로젝트 도쿄 대회를 이끌었다.

그는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더불어, 정계 은퇴 후 더 돋보이는 드문 인사가 됐다. 환경 운동가로서 그는, 버락 오바마 지지 이전까진 민주당 경선에도 철저히 중립을 지킬 만큼 정치와 거리를 두었다. 근년의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누구보다 강경한 어조로 촉구하고 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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