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홍콩 타이쿠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벌어진 시민 간 유혈 충돌에 휘말린 앤드루 치우(왼쪽) 구의원이 의료 인력의 도움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치우 의원은 흉기를 휘두른 용의자에게 귀를 물어뜯기는 부상을 당했다. 홍콩=AP 연합뉴스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권 강화 방침을 천명하고서 처음 맞은 주말, 홍콩 도심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크게 충돌해 시위대 수백 명이 체포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 시위가 22주째 이어지는 가운데, 3일에는 한 시민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 시민들을 흉기로 공격하면서 도심 한 가운데서 유혈 충돌이 발생하는 등 홍콩 사회의 내적 갈등도 극에 달한 모습이다.

3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타이쿠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중국 표준어를 쓰는 중국 정부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정치적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던 중 일가족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성난 군중들에게 폭행당했고, 용의자를 보호하려던 다른 남성 역시 부상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를 체포해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 부상자 중에는 홍콩 구의원인 앤드루 치우도 포함됐다. 치우 의원은 용의자에게 물어 뜯겨 한쪽 귀를 심하게 다쳤다. SCMP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시 기준 부상자 6명 중 2명은 중태이고, 2명도 위독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1명은 안정을 찾았으나, 나머지 1명의 상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번 유혈 사건은 민주화 확대를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가 이날 오후에도 도심 여러 쇼핑몰을 중심으로 반중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발생했다. 일부 강경파 시위대는 사틴 지역에서 쇼핑몰 내 레스토랑들과 전철역 개찰구 등을 파괴하기도 했다.

3일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진 홍콩 타이쿠 지역의 쇼핑몰 바깥에서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설치하며 상황 수습에 나서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표준어를 쓰는 용의자는 정치적 견해를 두고 반정부 시위에 나선 시민과 말다툼이 벌어지자, 이후 흉기를 휘둘렀으며 이 과정에 6명이 부상을 입었다. 홍콩=EPA 연합뉴스

전날인 토요일에도 센트럴 등 도심 곳곳에서 시위가 동시다발로 벌어진 가운데 홍콩 경찰은 불법 집회, 복면 착용 등을 이유로 200여명이 체포했다고 이날 새벽 발표했다.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54명이 부상으로 병원에 옮겨지기도 했다. 민주화 운동 진영은 당초 전날 코즈웨이베이의 빅토리아 공원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은 이를 불허했다.

이에 시위대는 경찰의 불허에도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센트럴, 몽콕, 침사추이 등지에서 동시다발로 도로를 점거하고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22주째 이어진 주말 시위에 참여한 홍콩 시민 일부는 경찰에 화염병과 벽돌 등을 던졌고 곤봉 등으로 무장한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탄까지 동원해 진압에 나섰다.

일부 강경 시위대는 베스트마트360, 스타벅스 등 중국 기업이나 친중국 성향의 기업으로 간주하는 상업 시설들을 공격해 파괴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언론 매체인 신화통신의 홍콩 사무실 건물을 습격해 건물 1층 유리창을 깨고 로비의 시설들을 부쉈으며, 로비에는 시위대가 던진 화염병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고 지도부 일원인 한정(韓正) 정치국 상무위원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6월 홍콩 시위 시작 이후 처음으로 공식 회동을 할 예정이다. 지난 6월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고 나서 한 상무위원과 람 장관의 공식 회동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회동은 중국이 최근 연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홍콩 통제권 강화 방침을 안팎에 천명한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 더 눈길을 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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