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수문장 김승규(29)는 오히려 공을 수비수들에게 돌렸다. 수 차례 선방으로 골문을 지켜냈지만 “동료들 덕분에 이겼다”는 그는 2주 뒤 전북전 생각뿐이었다.
울산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파이널A 36라운드 서울과의 경기에서 후반 37분 터진 김보경(30)의 천금 같은 프리킥 결승골로 1-0 신승을 거뒀다. 울산은 23승 9무4패 승점 78점을 기록, 같은 날 대구를 2-0으로 제압한 전북(승점 75점)을 제치고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승부를 결정지은 건 김보경이었지만 그 기반을 마련한 건 골키퍼 김승규였다. 김승규는 이날 경기 내내 이어진 서울의 맹공을 막아내며 클린 시트를 기록, 수문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김승규는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 모두 탈진해서 승리를 즐길 여유 없었다. 라커룸에서 다들 지쳐 넋이 나갔다”라며 “중요한 경기, 쉽지 않은 시합에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서 기쁘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선수들이 앞에서 수비를 잘해줬고, 각자 포지션에 맞게 제 역할을 수행해서 이겼다”며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잘했다”고 말했다.
김승규는 최근 활약의 비결로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꼽았다. 그는 “경기 중에는 막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며 “내가 잘 지켜내기만 하면 동료들이 골을 넣어줄 거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고 강조했다.
김도훈 감독도 서울전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김승규를 꼽았다. 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김승규가 잘 막아냈기 때문에 김보경의 골이 더 빛났다”며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잘 해주고 있다. 김승규를 비롯한 수비진의 집중력이 돋보였던 경기다"고 말했다.
울산은 A매치 휴식기가 끝난 뒤 23일 37라운드에서 전북과 피할 수 없는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김승규는 “전북에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라며 “선수들 대부분 전북 경기를 몰래 보면서 스코어를 물어보기도 한다”라며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전북전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경기”라며 “전북은 다른 팀보다 라인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를 잘 이용해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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