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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들려도 안 보여도… 장애인도 K팝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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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들려도 안 보여도… 장애인도 K팝 즐긴다

입력
2019.11.04 04:4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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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달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월드 투어 ‘러브 유어셀프: 스피크 유어셀프’의 서울 공연을 연 지난달 26일. 공연장이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엔 4만3,000여명이 모였다. 전 세계 각지에서 온 방탄소년단의 팬 ‘아미’는 멤버들의 노래 한 마디마다 환호를 보냈다. 안정선(44)씨도 이날 친구 3명과 함께 응원봉을 흔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곡에 맞춰 어깨도 들썩이는 등 누구 못지않게 공연을 즐겼다.

안씨는 청각장애 2급이다.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좌석 앞 수화통역사 2명 덕분에 공연을 큰 어려움 없이 즐겼다. 수화통역사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배치했다. 안씨는 최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리더 RM이 9월 청각장애 특수학교인 서울삼성학교에 1억원을 기부했단 소식에 용기를 얻어 수화통역을 요청했다”며 “멤버들의 선행에 발맞추기 위해 소속사도 많이 노력했고, 아미의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격차 없이 즐길 수 있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ㆍ장벽이 없는)’ 공연이 K팝에도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비장애인 팬도 취지에 공감하며 아이돌그룹과 소속사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열악한 장애인 예매 지원서비스 등은 아직 풀어야 할 문제다.

K팝의 배리어 프리는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아이돌그룹 비투비는 2017년 정규 2집 타이틀 ‘그리워하다’ 안무에 수화 동작을 넣어 무대에 선보였다. 멤버들의 의견을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마마무는 2017년 진동 기능이 탑재된 응원봉을 공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존 제품에선 볼 수 없었던 기능이다. 시각ㆍ청각장애인도 공연장에서 비장애인과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응원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마마무의 소속사 RBW 관계자는 “콘서트에서 노래에 따라 응원봉 불빛 색이 바뀌는 경우가 있는데, 모든 팬이 이를 알 수 있도록 (진동) 기능을 넣은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돌그룹 비투비는 2017년 ‘그리워하다’ 안무에 수화 동작을 녹였다. KBS Joy 방송화면 캡처
아이돌그룹 비투비는 2017년 ‘그리워하다’ 안무에 수화 동작을 녹였다. KBS Joy 방송화면 캡처

여러 변화에도 장애인이 K팝 콘서트를 관람하기에는 여전히 난관이 많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 간 대중음악 및 연예 관련 행사장에 한 차례라도 가본 적이 있는 장애인은 2.3%에 불과하다. 특히 청각장애인은 화면해설 서비스 등 지원 부족(21.4%)을 비용부담(26.9%)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안씨는 “수화통역을 요청하려면 예매사이트 고객센터에 전화해야 한다기에, 중계통역(수화통역사를 이용한 통화)을 이용했다”며 “미국 등 해외처럼 예매사이트 내 장애인 지원 코너를 따로 두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도 K팝 공연을 즐기기 힘들긴 마찬가지다. 예매 시작 수십 초 만에 마감되는 유명 K팝 아이돌그룹 콘서트는 이들에게 언감생심이다. 장애인석이 별도 제공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좌석이 없는 휠체어장애인이 대상이다. 박인범(24) 전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장은 “주최 측이 콘서트 현장에서 별도 고지하기 전까지는 시각장애인이 제공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지원을 요청하고 싶어도, 예매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지라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박미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는 “장애인이 K팝 콘서트를 관람하고 싶어도 예매사이트를 통해서만 소속사와 연락이 가능하기에 수화통역이나 화면해설 등 서비스를 받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모되고, 합당한 이유 없이 거절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 활동가는 “해외 팬을 위해 영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장애인이 소속사에 편의서비스를 즉각 요청할 수 있도록 예매사이트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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