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참고인 조사 과정서 작성”
윤씨 변호인 측 “나머지 3건도
불러주는 대로 쓴 정황 뒷받침”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며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인 윤모(52)씨가 당시 경찰에 제출한 자술서 4건 중 1건이 대필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8차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인 반면, 윤씨 측 변호인은 윤씨가 글을 못 쓴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나머지 자술서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3일 경기남부경찰청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에 따르면 현재 경찰이 보유하고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기록에 있는 윤씨 명의의 자술서는 모두 4건이다.
이중 1건은 화성 8차 사건(1988년 9월 16일)이 발생한 해 11월 다른 탐문대상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상자와 지인인 윤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경찰서에서 작성한 것인지, 윤씨의 집으로 찾아가 작성한 것인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자술서는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탐문 대상자였던 A씨의 지인인 윤씨를 참고인으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당시 수사본부 경찰관이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윤씨에게 ‘A를 언제 알게 됐느냐’는 등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받아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술서가 작성된 때는 1988년 11월이고, 윤씨가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것은 1989년 7월로 8개월의 차이가 있어 해당 자술서는 사건과 무관한 내용이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씨의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인 박준영 변호사는 해당 자술서는 나머지 3건의 자술서를 윤씨가 쓰지 않았을 수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1건은 경찰관이 직접 작성했고, 3건은 경찰이 불러 주는 대로 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당시 누군가가 자술서를 대신 써 줄 정도라면, 윤 씨 스스로 글을 쓸 능력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윤 씨가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이후 경찰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썼다고 말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정황적인) 근거”라고 말했다.
윤 씨 측은 조만간 이 자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다. 앞서 경찰로부터 전달받은 정보공개 청구서에는 해당 자술서는 포함되지 않았다. 경찰은 박 변호사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여 윤씨의 자술서 3건, 진술조서 2건, 피의자 신문조서 3건 등을 전달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윤씨 측 변호인으로부터) 아직 공식적인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온 것은 없다”며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오면 내부적으로 검토해 공개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는 화성 8차 사건과 관련, 4일 최면 조사와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포함된 4차 참고인 조사를 위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출석한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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