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의장 방일 일정도 축소…한일 의원연맹 총회 참석자들은 방일 취소 건의까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기한이 2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일관계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가 일왕즉위식을 계기로 일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만나는 등 양국 간 대화 물꼬가 트이나 했지만,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본 출장 일정이 축소되는 등 양국 사이의 냉기가 여전하다.
문 의장은 당초 3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려고 계획했으나 전날 돌연 일정을 축소했다. 1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의원연맹 합동총회에 참석했던 인사들이 문 의장에게 일본 방문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건의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양국 분위기가 얼어붙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이날 “한일관계가 예상 이상으로 경색돼 방일 일정을 조정하는 게 좋겠다는 양국 관계자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주요20개국(G20) 국회의장 회의 참석과 와세다대 강연 등 이미 약속한 공식 일정만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지소미아 재연장을 지렛대로 삼아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까지 해결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지만 현재까지 한일 양국은 ‘지소미아가 없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일 국정감사에서 “일본이 우리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를 철회하면 우리 정부도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서는 전향적으로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먼저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배제 조치를 푸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다. 반면 여러 외교 경로를 통해 확인된 일본 측 입장은 대법원 강제동원 배상판결을 한국 정부가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국회 등 정계의 냉랭한 분위기와 달리 외교채널 간 소통은 지속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지소미아 종료 원인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인데 일본 측 변화 없이 지소미아 종료를 없었던 일로 하는 것도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세 개 단추가 맞물려 있는 만큼 우선은 강제동원 해법 방향을 잡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양국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개입 여부다. 미국은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한미일 삼각안보를 강조하며 연장을 촉구하는 발언을 해 왔다. 2일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태국에서 열린 한미 차관보 협의에서도 관련 문제가 거론됐다. 외교부는 이날 윤순구 차관보가 데이비스 스틸웰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과정에서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보도자료를 통해 “양 차관보가 한미일 간 삼각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5일부터 2박 3일간 방한하는 스틸웰 차관보가 한국 정부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를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마크 내퍼 미 국무부 부차관보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문제를 포함한 한일 간 대립 장기화로 인해 베이징, 모스크바, 평양이 기뻐하고 있다”며 지소미아 연장을 촉구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일 지소미아는 우리 정부가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이달 23일 0시 종료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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