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족, 개쌍도, 한남ㆍ정신병자’ 등 출신지역이나 성별, 신체상태 등을 기준으로 집단을 싸잡아 비하하는 차별적 표현인 혐오표현을 접한 국민 10명 중 2명이 내용에 공감했고 1명은 재미있다고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87%)는 혐오표현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지만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기보다 무시하거나 상황을 회피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성인 남녀 1,200명을 조사해, 3일 발표한 ‘2019년 혐오차별 국민인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64%가 지난 1년간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을 접했다. 이들의 혐오표현 대상별 경험 빈도를 따져보면 74%가 전라도나 경상도 등 특정지역 출신에 대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 이어서 페미니스트(69%), 여성(68%), 노인(67%), 성소수자(67%), 이주민(66%), 남성(59%), 장애인(58%) 등의 순서였다. 국민의 9%는 혐오표현을 직접 사용하고 있었는데 사용한 이유로는 표현의 자유(6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내용에 동의한다거나(50%), 익숙한 표현이라서(42%), 타인과 분위기에 휩쓸려 사용했다는 응답(37%)이 뒤를 이었다.

이러한 혐오표현 사용자들은 사회적 지탄을 피해 온라인 공간에서 주로 혐오표현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지난달 홈페이지에 함께 공개한 ‘혐오차별 경험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 30대 혐오표현 사용자 그룹을 추출해 심층면접한 결과, 직장 등 공개적인 장소에서 해당 표현을 사용하면 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점차 온라인 공간으로 발화 영역을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O신이나 다운증후군ㆍ정신병자 등의 표현은 가벼운 욕설로 인식하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대상집단에 속한 제3자가 해당 내용을 듣거나 보면서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 대다수는 정부가 나서서 혐오차별과 혐오표현을 근절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차원에서 종합적 혐오차별 대책을 수립해야 하느냐고 묻는 질문에 80%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학교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86%가 찬성했다. 특히 혐오차별 차별금지 법률을 제정하고 혐오차별자를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찬성률도 각각 72%와 74%에 달했다. 반면 혐오차별 문제가 자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한 동의는 22%에 그쳤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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