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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동백꽃 필 무렵’, 향미는 갔지만 손담비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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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동백꽃 필 무렵’, 향미는 갔지만 손담비는 남았다

입력
2019.11.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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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담비가 향미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스틸
손담비가 향미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스틸

모두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연기자에겐 꽃피는 시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재발견'이라는 평을 얻으며 화제의 중심에 선다. 요즘 '재발견'이란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는 단연 손담비일 것이다.

최근 방영 중인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누구 하나 버릴 것 없는 연기로 시청자들에 쫀쫀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주인공 동백(공효진)과 용식(강하늘)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바라만 봐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두 사람의 연기력은 이미 다른 작품들을 통해 인정 받은 바 있고, 캐릭터와 하나가 되어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강하늘은 이제 황용식이라는 이름이 더 잘 어울릴 정도다. 그런 와중에 회차가 거듭될수록 눈길을 붙든 이가 있었으니, 다름 아닌 손담비였다.

당초 향미(손담비)는 큰 존재감이 없는 조연처럼 등장했다. 어떤 작품에서든 있을법한 감초 역할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향미의 존재감은 커졌다. 무방비 상태의 시청자들을 웃고 울렸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향미의 생활방식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 건 그의 삶을 온전히 이해한 듯한 손담비의 연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손담비가 향미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스틸
손담비가 향미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KBS2 ‘동백꽃 필 무렵’ 스틸

향미는 물망초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엄마 탓에 어릴 적부터 편견 속에 자란 가슴 아픈 여자다. 1억 원을 모아 코펜하겐으로 떠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까멜리아에서 일하며 주변 남자들을 등쳐먹는 '나쁜 X' 캐릭터지만, 그에게도 사연이 있다. 게다가 착하고 성실한 남자들에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향미가 죽기 전, 숨겨둔 사연이 밝혀진다. 코펜하겐을 그렇게 부르짖은 건 그곳에 친동생(장해송)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생은 누나를 부끄러워했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누나의 존재조차 알리지 않았다며 만남을 껄끄럽게 여겼다.

갈 곳이 다시 없어진 향미는 까멜리아로 돌아가고, 동백 앞에서 오열한다. "나 좀 기억해주라. 그래야 나도 세상에 살다간 거 같지"라는 대사를 내뱉을 때, 시청자들도 함께 울었다. 가엾은 그녀의 삶을 모른 채 표면적 행동에 혀를 끌끌 찼던 순간에 대한 미안함이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향미는 동백 대신 배달을 나갔다가 연쇄살인마 까불이의 희생양이 된다. 끝까지 박복한 향미의 삶은 그가 떠난 뒤에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향미는 갔지만 손담비는 남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자유롭게 뛰놀았다. 멍한 표정 속에 숨겨진 슬픔과 세상에 대한 원망, "사랑 받지 못한 똥강아지 같다"는 노규태(오정세)의 폭언에 흔들리던 눈동자까지, 손담비는 향미 그 자체였다.

가수로 데뷔해 연기 활동을 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껏 연기자로서 크게 진가를 인정받진 못했던 그다. 하지만 '동백꽃 필 무렵'을 통해 날개를 활짝 편 손담비는 이제 차기작이 궁금한 배우가 됐다. 연기자로서 그의 삶에도 단비가 내리기 시작한 게 분명하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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