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무산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대표단이 접촉을 이어가며 1단계 합의 서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서명식 장소 후보로 자신의 표밭인 아이오와주를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선거 유세차 미시시피주로 떠나기에 앞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우리의 협상은 잘 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1단계 합의 서명식을 겸한 양국 정상회담 장소에 대해서는 “몇 개 장소를 검토하고 있는데, 아이오와주가 될 수도 있다”며 “합의는 농민들에게 역사상 가장 많은 (농산물) 주문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와주는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중요한 팜벨트(중서부 농업지대) 표밭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처럼 양국 무역협상 고위급 대표단은 예정대로 이달 중순쯤 1단계 합의를 마무리 짓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날도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와 미국측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이 전화통화를 통해 협상 일정을 논의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칠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별도 양자회담을 갖고 1단계 합의에 공식 서명할 계획이었지만 APEC이 돌연 취소되며 일정 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는 2일 성명을 통해 고위급 대표단 통화사실을 확인하며 “중미 양측은 각자의 핵심 관심사를 잘 풀어가는 데 진지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진행해 원칙적인 공감대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USTR 역시 성명을 내고 “다양한 분야에서 진전이 있었으며 미해결 이슈를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면서 “차관급 레벨에서 논의가 지속될 것”이라고 성과를 알렸다.
동시에 미 백악관 인사들은 협상 막판 차질이 빚어질 경우를 경계하며 경고성 발언으로 중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백악관의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블룸버그TV 인터뷰와 백악관 취재진 문답에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지만 1단계 합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대(對)중국 관세 인상은 테이블 위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ㆍ제조업 정책국장도 인터뷰를 통해 “중국의 구조적인 7대 죄악(deadly sins) 모두를 처리하기 위해선 3단계 협상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중국이 합의를 위반할 경우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은 이에 보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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