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책 대상 주장에 석방 논란… 경찰 “피의자 조사 중”
경찰이 대한항공 기내서 여성 승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몽골 헌법재판소장을 면책특권 대상자로 착각해 풀어줬다 뒤늦게 신병을 확보,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공중밀집장소에서의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오드바야르 도르지(52ㆍOdbayar Dorj) 몽골 헌재소장의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1일 밝혔다.
도르지 소장은 전날 오후 8시 5분쯤 몽골 울란바토르를 떠나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기내서 승무원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수행원 A(42)씨와 함께 항공사 직원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수행원 A씨도 승무원 어깨를 감싸는 등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항공사로부터 신고를 받고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도르지 소장과 A씨를 불구속 입건하고 신병 확보 없이 풀어줬다. 주한 몽골대사관 측에서 도르지 소장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면책특권을 적용 받는 대상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주한 몽골대사관 측 주장과 달리 우리 외교부는 도르지 소장이 면책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이 같은 사실을 경찰에 통보했다. 도르지 소장이 외교사절 직무와 권한을 규정한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을 적용 받거나 국가원수에 준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게 외교부 판단이다.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에는 해당 국가 공관 소속 외교관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도르지 소장은 한국 상주공관 소속도 아니다.
도르지 소장과 수행원 A씨는 인천공항에서 환승할 예정이었다. 뒤늦게 도르지 소장이 면책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한 경찰은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도르지 소장 신병은 확보했으나 A씨 신병 확보는 못했다. 그는 이미 싱가포르로 출국했다.
경찰 관계자는 “몽골대사관에서 도르지 소장이 면책 대상이며 출국한 뒤에도 출석 요구 시에 꼭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해서 풀어줬던 것”이라며 “우리 외교부에서 정확한 지침을 줘서 신병을 확보해 조사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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