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자체는 나 몰라라… 결국 국민들만 피해”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같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남북 방역 공동체제 마련을 촉구했다. 페이스북 캡처

돼지에게 치명적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지난 9월 17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돼지열병을 포함한 다양한 전염병이 북한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이 있는데도 확산을 막을 수 있는 남북 방역 공조체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남북 방역 공조체제 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공조체제의 필요성에 대해 우 교수는 “새로운 질병이 계속 등장하고 하루 이틀이면 지구 반대편으로 옮겨 간다. 최소한 남북은 질병이란 점에서 하나의 작은 단위”라며 “방역에 있어서 남북 공조체제의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물론 유엔과 미국의 제재로 남북 공조가 어려울 수 있지만 우 교수는 “특정 지역에 국한시킨 질병 하나로 1,000억원의 (보상)비용이 지불돼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조체제 마련을 위한 출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진단시약ㆍ기기, 소독약 등 약품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두고 ‘퍼주기 논란’이 나올 것을 염려한 듯 우 교수는 “생태계에는 남북이나 진보 보수가 없다”고 못박기도 했다.

우 교수는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저 국제 눈치만 보는지 나 몰라라 하고, 관련 공무원들은 구체적인 접근(방법)을 모른 채 상부 지시만을 기다리거나 한정된 경험 속에 자기들이 다 하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지적이다. 우 교수에 따르면 남북 방역 공조체제 관련 연구나 준비에 대한 정부, 지자체 예산은 없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가 지원하는 소규모 사업이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안일한 대응은 결국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 교수는 경고했다. 그는 경기 북부에 퍼진 돼지열병 보상액만 1,000억원에 달하는 것을 언급하면서 “정부나 지자체의 수동적, 폐쇄적인 모습이 결국 국민의 부담과 농가의 고통으로 작동함을 본다”고 썼다.

한편 이날 경기도와 연천군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돼지열병은 경기 북부 9곳(파주 5, 연천 2, 김포 2)에서 확진 판정이 이뤄졌다. 11만987마리가 살처분됐고, 확산을 막기 위해 사육 중인 돼지 22만822마리를 수매ㆍ도태 처리 중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보상금만 1,000억원대로 집계됐다. 돼지열병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고 감염 우려가 있는 돼지고기는 유통되지 않지만 소비가 급감하면서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평년보다 20% 정도 떨어졌다. 양돈 단체들은 국내 양돈산업이 붕괴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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