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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3분내 2발… 대응 더 어려워진 北 초대형방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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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3분내 2발… 대응 더 어려워진 北 초대형방사포

입력
2019.11.02 04:40
수정
2019.11.02 08: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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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도미사일급 속도ㆍ사거리… 4발 연속발사땐 요격ㆍ사후반격 불가능 

 전문가 “완성 단계는 아닌 듯”… 김정은, 참관 안 해 수위 조절 

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시험사격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달 31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시험사격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1일 “유일무이한 우리식 초대형 방사포의 전투적 성능과 실전 능력 완벽성이 확증됐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 등 관영 매체를 통해 전날 평안남도 순천에서 동해상으로 쏜 발사체 2발의 정체가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히면서다. 8월 이후 세 차례의 시험 발사를 거쳐 방사포의 핵심인 연속 발사 기능 확보에 성공했고, 이제 실전 배치가 임박했다고 공언한 것이다.

북한이 개발한 초대형 방사포는 이동식 발사대에 여러 개의 발사관을 설치해 동시에 포탄을 퍼붓는 기존 방사포(다연장 로켓)를 개량해 속도와 사거리를 탄도미사일급으로 높인 신형 무기다. 단일 표적을 향한 연속 발사가 가능해 짧은 시간 내에 남한 내 핵심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가 아직 완성 단계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향후 실전 배치될 경우 우리 군의 대응 체계로는 이를 방어하기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방어 가능한가? 

초대형 방사포가 실전 배치되면 남한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직경이 600㎜로 북한이 보유한 가장 큰 방사포(300㎜)의 2배다. 현존 중국ㆍ러시아 방사포의 파괴력을 능가한다는 평가다. 여기에 유도장치를 달아 타격 정확성을 높인 것은 물론, 비행 성능을 개량해 속도가 탄도미사일급(마하6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대 사거리는 400㎞ 수준이다.

문제는 초대형 방사포가 우리 군의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는 데 첨병 노릇을 할 가능성이다. 우리 군이 북한 핵ㆍ미사일에 대비하는 ‘3축 체계’는 △선제 타격(킬 체인) △요격(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사후 대량응징보복(KMPR)이다. 주입하는 데 40분 정도가 걸리는 액체 연료 대신 10분도 안 걸리는 고체 연료를 대부분의 신형 북한 단거리 발사체가 사용하면서 우선 킬 체인은 무용지물에 가까워졌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짧은 간격으로 동시에 한꺼번에 빠르게 날아오는 초대형 방사포의 특성상 요격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이 △이스칸데르급 KN-23 △대구경 조종방사포 △에이태킴스급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신형 단거리 유도무기 ‘4종 세트’를 ‘섞어 쏘기’할 경우 요격은 더 어렵다.

제2차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사후 반격도, 3분 내에 4발의 사실상의 미사일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초대형 방사포의 완성도가 높아지면 소용없어질 공산이 크다. 도발 원점을 타격하는 데 6분이나 걸리는 ‘현무’(사거리 300㎞)로는 초대형 방사포의 기동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비행 속도가 빠른 데다 여러 발사대(4발)에서 시간차를 두고 2~3분 간격으로 쏘면 사실상 몇 초 차이로 미사일이 날아오게 되는 셈”이라며 “초대형 방사포로 일단 레이더 기지 등을 초기에 무력화해 ‘깜깜이’로 만들고 2차로 다른 미사일을 쏴 핵심 시설들을 때리면 단기에 핵심 시설이 대부분 파괴된 상태에서 사후 보복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도입해 북한이 감히 선제 공격할 수 없도록 억지력을 키우는 게 답”이라고 주장했다.

 ◇북, 초대형 방사포 3분 간격으로 연속 발사 성공 

세 번째인 이번 발사 때 북한은 초대형 방사포의 연속 발사에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2발을 3분 간격으로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8월 1차(17분), 9월 2차(19분) 때보다 크게 감소한 것이다. 노동신문은 “이번 시험 사격을 통해 연속 사격 체계의 완벽성까지 검증됨으로써 초대형 방사포 무기체계의 기습적인 타격으로 적의 집단 목표나 지정된 목표 구역을 초강력으로 초토화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31일 오후 4시 35분과 38분쯤 평안남도 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각각 초대형 방사포 2발(최대 비행거리 약 370㎞, 최고고도 90㎞)을 발사했다.

하지만 아직 완성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통상 4구의 발사관을 장착한 발사대에서 방사포 4발을 한꺼번에 2~3분 간격으로 연속 발사에 성공해야 무기체계로서 검증됐다고 평가하는데, 북한은 이번에도 4발 중 2발만 쐈다”고 말했다. 게다가 방사포의 정확성을 높이려면 수 차례 시험 발사를 통해 풍향, 풍속, 온도, 기압 등 외부 환경에 따른 비행 특성 변화를 데이터화해야 한다.

때문에 이번 사격 시험을 도발은 물론 대미 압박용 무력 시위로 보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노동신문이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 사진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거나, 아예 현장을 찾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극적으로 비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 협상 여지를 남겨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주민들과 군인들이 갖고 있는 안보 우려를 해소하려는 취지의 대내용 선전일 개연성이 있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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